
베트남 전역에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덮치면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12일 베트남 기상청과 현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북서부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호찌민시 보반끼엣(Vo Van Kiet) 거리에서 만난 5년 차 배달원 남(Nam, 35세) 씨는 “정오의 사이공은 거대한 용광로 앞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예보상 기온은 37~38도지만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오토바이 배기가스 때문에 실제 체감 온도는 살을 굽는 듯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의 체감 온도가 공식 기록보다 보통 2~4도, 많게는 그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8일 응에안(Nghe An)성의 떠이히에우와 꼰꾸옹 지역은 각각 41.9도와 41.3도를 기록했다. 호찌민과 인근 남부 지방 역시 35~37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부 지방의 폭염은 오는 14일까지, 남부 지방은 5월 초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배달원들이 열사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호찌민 의약대 병원의 추 티 중(Chu Thi Dung) 박사는 “주변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인체는 말초 혈관 확장과 발한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지만, 극심한 열기 속에서 수분 보충이 부족하면 이 시스템이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혈장량이 줄어들고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 어지럼증, 반사 신경 저하, 판단력 장애가 발생하며 이는 복잡한 도로 위에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열사병의 초기 징후로는 피로감,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이 나타나며, 방치될 경우 땀이 많이 나고 구역질과 경련이 일어나는 열탈진 단계로 넘어간다. 가장 위험한 열사병 단계에 도달하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며 의식을 잃게 된다.
호찌민 의약대 병원의 보 반 롱(Vo Van Long) 박사는 배달원들을 위한 안전 수칙을 제시했다. ▲갈증을 느끼기 전 20~30분마다 150~250ml의 물을 조금씩 마실 것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전해질 용액을 섭취할 것 ▲탈수를 악화시키는 카페인 섭취를 줄일 것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의 고강도 작업은 피할 것 ▲통기성이 좋은 밝은색 긴팔 옷을 착용할 것 등이다.
배달 플랫폼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떠이닌성에서 활동하는 훙(Hung, 29세) 씨는 “배달 앱들이 폭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라이더들을 위해 공식적인 ‘폭염 할증료’를 도입해야 한다”며 “라이더의 희생으로 이익을 얻는 플랫폼이 40도의 열기 속에서 일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계의 압박은 안전 수칙보다 무거웠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남 씨는 “에어컨이 나오는 아파트 로비에서 나오자마자 세상이 핑 도는 것을 느끼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위험한 줄 알지만 주행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야외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