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방콕(Bangkok)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단연 ‘더티 커피(Dirty Coffee)’다. 커피 전문 잡지 바리스타(Barista)의 전문가 타냐 나네티(Tanya Nanetti)는 방콕 체류 중 이 독특한 음료를 접한 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음료의 기원과 제조 원리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이 음료의 창시자는 뉴욕에서 활동한 일본인 커피 전문가 가츠유키 다나카(Katsuyuki Tanaka)로 밝혀졌다. 그는 2010년 여름, 한 고객이 테이크아웃해간 아이스 라떼가 얼음이 녹아 밍밍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지나도 맛이 연해지지 않는 차가운 커피를 고민하다 ‘더티 커피’를 고안해냈다.
더티 커피의 핵심은 ‘얼음 없는 차가움’과 ‘변화하는 층위’에 있다. 가츠유키의 정통 제조법에 따르면, 먼저 작은 유리잔 절반까지 아주 차가운 전지유(유지방 3.6% 이상)를 채운다. 그 위에 곱게 갈아 압축한 에스프레소를 직접 추출하여 층을 만드는데, 가츠유키는 이를 ‘첫 번째 고리’라고 부른다. 이어 우유를 잔 입구까지 더 채운 뒤 다시 에스프레소를 얹어 ‘두 번째 고리’를 완성한다.
이 음료의 묘미는 마시는 속도에 따라 맛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첫 모금에서는 다크 초콜릿 향이 강한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80%를 차지하며 강렬하게 다가오고, 두 번째 모금에서는 우유의 고소함이 80%로 역전된다. 그대로 잠시 두면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50대 50으로 조화롭게 섞이며, 얼음이 녹아 맛이 변하는 일반 아이스 음료와 달리 마지막까지 진한 풍미를 유지한다.
음료의 ‘영혼’이라 불리는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에는 바리스타의 숙련된 기술이 요구된다. 가츠유키는 에스프레소가 흐르는 초반의 농밀한 시럽 상태를 포착해 추출을 끊는 ‘잔 빼기’ 기술을 강조한다. 추출 후반부에 나오는 묽고 쓴 물을 과감히 버리고 핵심 원액만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잔 가장자리에 남는 흔적을 그는 뉴욕 시절 ‘천사의 자국’이라 불렀다.
원료 선택 또한 까다롭다. 가츠유키는 ‘베어 폰드 에스프레소(Bear Pond Espresso)’의 전용 원두인 ‘플라워 차일드(Flower Child)’ 블렌드를 사용하지만, 그는 “바리스타가 자신의 기술을 발휘해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우유와 원두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더티 커피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방콕의 여러 카페에서는 이러한 기본 원리에 검은깨, 시럽, 크림 등을 더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더티 커피’를 선보이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