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국경으로 갈린 두 개의 앱

호찌민 한인은 왜 야놀자를 켜지 않는가

다낭 2박을 예약하려 휴대폰을 들었다. 엄지손가락이 향한 것은 야놀자가 아니라 아고다였다. 호찌민에 사는 교민 한모(42) 씨는 그 사실을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한국에선 무조건 야놀자인데, 여기선 손이 자동으로 아고다나 트립닷컴으로 가더라.” 한 씨만의 습관이 아니다. 호찌민 한인 사회에서 다낭·나짱·푸꾸옥 주말여행 숙소를 잡을 때, 화면에 뜨는 앱은 열에 아홉이 아고다·부킹닷컴·트립닷컴이다. 정작 한국으로 귀국해 서울 호텔이나 제주 리조트를 예약할 때는 다시 야놀자와 여기어때로 돌아간다.
한 사람의 휴대폰 안에서 두 개의 여행 앱이 국경을 기준으로 정확히 갈린다. 이 단순한 습관 속에 한국·일본 토종 온라인 여행사(OTA)가 왜 자국 밖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국경으로 갈린 두 개의 앱

현상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국내는 야놀자·여기어때를 쓰고 해외는 아고다·트립닷컴을 쓴다”며 “해외도 야놀자·여기어때로 예약이 되긴 하지만 아고다·트립닷컴에 비해 비싸고 혜택이 적다”고 했다. 소비자 스스로 ‘토종은 국내용’이라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 분업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글로벌 OTA 시장은 이미 소수의 승자가 굳혀 놓았다. 2020년 기준 부킹닷컴이 36%, 익스피디아 28%, 에어비앤비 18%, 트립닷컴(옛 씨트립)이 15%로, 이들 4대 그룹이 전 세계 여행 시장의 97%를 과점하는 형태로 성장했다.


이 과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프라이스라인은 2005년 부킹닷컴을 인수한 뒤 아고다(2007년), 카약(2013년), 오픈테이블(2014년), 호텔스컴바인(2016년)을 잇따라 사들이며 규모의 경쟁에서 앞서 나갔고, 익스피디아 역시 호텔스닷컴·트리바고·오비츠·홈어웨이를 차례로 흡수했다. 한국의 야놀자·여기어때가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던 시기, 세계 시장의 인벤토리와 기술은 이미 이들 손에 통합돼 있었다.

아고다는 왜 베트남에서 무적인가

호찌민 한인의 손가락이 아고다 같은 해외 OTA업체로 향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뿌리 자체가 동남아다. 아고다의 모체인 플래닛홀리데이닷컴은 1990년대 후반 태국 푸켓에서 태동했다. 2007년 프라이스라인에 인수된 뒤 급성장했지만, 그 전부터 아고다의 성공 요인으로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공세적 마케팅과 함께 한국인이 즐겨 찾는 아시아 지역 호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꼽혔다. 태국·베트남·필리핀 같은 동남아 재고에 관한 한, 아고다의 촘촘함은 어느 글로벌 OTA도 따라오기 어렵다.

둘째, 인벤토리의 밀도다. 아고다 한 곳에서만 베트남 주요 5개 도시의 숙소 약 3,800개를 비교할 수 있다. 호찌민 1,244개, 하노이 1,133개, 다낭 646개, 나짱 398개, 푸꾸옥 371개다. 야놀자·여기어때에서 나짱이나 푸꾸옥의 4~5성 리조트를 이 정도 밀도로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종 앱이 내세우는 ‘전 세계 숙소’라는 문구도, 상당 부분은 부킹닷컴·아고다의 재고를 다시 파는 구조에 가깝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럴 바에 원판을 쓰겠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셋째, 현지 통화 기반의 가성비다. 아고다가 애용되는 핵심에는 동남아에 특화된 숙소 커버리지, 다양한 가격 옵션, 그리고 현지 통화 기반의 합리적 요금이 있다. 베트남은 다낭·나짱·푸꾸옥 같은 해변 휴양지와 하노이·호찌민 같은 도시 여행을 모두 아우르는 동남아 대표 가성비 여행지로, 4~5성급 리조트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다. 이 가성비 구간이 정확히 호찌민 한인의 주말 수요와 겹친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최근 아고다 집계 기준 베트남 주요 도시의 1박 대표 가격은 평균 5만2000원 선이다. 가장 저렴한 나짱이 4만4000원, 호찌민 4만7000원, 다낭 5만원, 하노이 5만6000원, 가장 비싼 푸꾸옥이 6만2000원이다. 나짱과 푸꾸옥의 가격 차가 1.4배에 이를 만큼 도시와 시기에 따라 폭이 넓어, 목적지와 날짜를 먼저 정한 뒤 예산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 실제로 체크인·체크아웃 날짜를 하루씩만 앞뒤로 옮겨도 1박당 3만~7만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세밀한 가격 최적화가 가능한 것 자체가 방대한 재고와 실시간 가격 데이터를 가진 글로벌 OTA의 힘이다. 토종 앱에서는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그만큼 촘촘하지 않다.

한인의 지갑에 딱 맞는 이유

아고다가 베트남에서 강한 것과, 그 아고다를 ‘한인’이 특히 편하게 쓰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후자를 설명하는 것은 결제와 검색의 동선이다.
결제부터가 마찰이 없다. 아고다는 카카오페이 결제를 지원하고, 카드사 10~12% 할인과 아고다 캐시 적립이 겹치면 방콕·도쿄 같은 도시의 호텔을 다른 사이트보다 훨씬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한국 카드와 카카오 생태계에 그대로 얹혀 있으니, 한국에서 건너온 이용자에게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다.
검색의 출발점도 이미 글로벌 OTA 쪽에 있다. 구글 호텔 가격 비교에는 아고다 가격이 노출되고, 그 딥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앱이나 웹에서 본 것보다 더 싼 금액이 결제창에 뜨는 경우가 있다. 호찌민 한인이 구글 지도에서 숙소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이미 아고다로 유입되는 셈이다. 한 여행 커뮤니티 이용자는 “구글 지도에서 먼저 찾고 아고다와 비교하는데, 결국 열에 여덟아홉은 아고다에서 예약한다”고 했다. 소비자의 여정이 시작되는 첫 화면에서부터 토종 앱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싸다는 착각 – 결제 마지막 화면의 함정

그렇다고 아고다가 만능은 아니다. 밀착해 쓰는 한인일수록 알아둬야 할 그림자가 있다.
가장 흔한 불만은 환불과 수수료다. 아고다는 환불이 원활하지 않고 날짜 변경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지적을 오래 받아 왔다. 프로모션 요금의 경우 이용객이 실수로 예약했더라도 ‘환불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 저렴한 대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저비용항공권과 성격이 닮았다.

가격 표시의 함정도 있다. 아고다는 세금과 서비스 차지를 결제 마지막 단계에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엔 싸 보여도 총액은 다른 플랫폼보다 비싸지는 일이 생긴다. 한 이용자는 “아고다가 세금과 서비스 요금으로 20% 가까이 더 붙는 바람에, 구글에서 더 비싸 보이던 업체가 오히려 최종적으로 더 싸게 예약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첫 화면의 숫자가 아니라 마지막 결제창의 총액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렴함을 좇아 아고다로 갔다가, 정작 마지막 화면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소한 두세 곳을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베트남 현지 사정을 아는 한인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요령이 통용된다. 구글 지도에서 숙소를 먼저 찾은 뒤 아고다와 나란히 비교하는 방식이다. 아고다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로컬 숙소도 있고, 한인 업체가 많이 들어와 있는 도시에서는 그 업체를 통해 직접 결제하는 편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고다 한 곳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글로벌 OTA를 기본 축으로 두되 현지 채널을 곁들여 검증하는 것이 호찌민 한인식 예약법에 가깝다.

토종의 반격, 그러나 좁아지는 활로

토종 OTA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놀자는 최근 브랜드 이름을 ‘NOL(놀)’로 바꾸며 전 세계 320만 개 숙소와 항공권 실시간 비교, 레저·공연·전시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을 표방하고 나섰다. 국내 1위 사업자로서 해외로 판을 넓히려는 시도다. 여기어때 역시 일본 고급 숙박 예약 플랫폼 ‘리럭스(Relux)’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 직접 발을 들였다.
하지만 활로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여기어때의 리럭스 인수를 두고도, 일본 OTA 시장이 이미 자란넷과 라쿠텐 트래블이라는 토종 양강 구도에 부킹닷컴·아고다의 공세까지 겹친 격전지인 데다, 일본 소비자가 플랫폼 변경에 보수적이어서 한국계 기업의 인수가 기존 회원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현지화가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메이저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쏟아부어야 해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다.
안방 사정도 예전 같지 않다. 2026년 들어 국내 온라인 해외여행 시장은 이중의 외부 압력에 직면했다. 하나는 자금력과 기술을 앞세운 중국 대형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전통 여행사의 주요 판매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이에서 토종 OTA는 자생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중간 유통자로 전락할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팬데믹을 지나며 해외여행 시장을 새로 가져올 기회가 분명 있었음에도, 오히려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주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한국 갈 땐, 다시 야놀자

역설적이게도, 아고다를 그토록 능숙하게 쓰는 호찌민 한인도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 다시 야놀자를 켠다. 서울 호텔, 부산 펜션, 제주 리조트를 잡을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슈퍼특가에 야놀자가 강하고, 실제 후기 기반의 가격 비교에는 여기어때가 유리하다. 펜션·모텔·글램핑처럼 한국 특유의 숙박 형태에서는 토종 앱이 압도적이다. 앱 안의 문의 기능이 잘 갖춰져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도 국내 플랫폼이 든든하다.
결국 한 사람의 휴대폰에 공존하는 두 개의 앱은 ‘토종은 무능하고 글로벌은 유능하다’는 단순한 우열의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국경을 기준으로 정확히 갈린 소비 습관의 표본이다. 토종 OTA가 해외에서 못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해외에서 경쟁할 무기 – 동남아를 아우르는 인벤토리, 현지 통화 기반의 가격, 구글에서 시작되는 유입 동선 – 를 갖추지 못한 것이 본질이다.
일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자란넷과 라쿠텐 트래블이라는 강력한 토종 양강이 내수를 단단히 지키지만, 부킹닷컴·아고다의 공세는 그곳에서도 치열하다. 일본 소비자가 플랫폼 변경에 보수적인 성향은 내수 방어에는 유리하게 작동하지만, 그 폐쇄성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확장의 실패로 이어졌다. 자국에선 지지 않되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다. 이러한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호찌민 한인의 휴대폰 화면은, 그래서 하나의 축소판이다. 다낭행 숙소를 아고다로 잡고 서울행 숙소를 야놀자로 잡는 이 무심한 손가락의 동선 안에, 20년간 굳어진 세계 여행 시장의 질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경을 넘는 순간 앱이 바뀌는 이유를 묻는 일은, 결국 우리가 왜 토종을 두 번 열지 않는가를 묻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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