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 SECC 스포츠쇼·사이클엑스포 참관기

SECC 스포츠쇼·사이클엑스포 참관기…
15개국 400여 개사가 모인 사흘

8월 13일 오전, 7군 사이공전시컨벤션센터(SECC) 정문을 들어서자 전시장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다.
베트남 스포츠쇼 2026과 베트남 사이클
엑스포 2026이 한 지붕 아래 나란히 문을 열었다.
15개국·지역에서 온 350여 개 기업이 450개 부스를 차렸고, 사흘간 1만5000명이 넘는 전문 바이어가 다녀갔다.
산업무역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넥사드(VINEXAD)와 손잡고 마련한 자리다.

부스마다 빠지지 않은 두 글자,’OEM’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압도적인 제조 물량이다.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피트니스·헬스케어, 스포츠용품 등 네 개 핵심 분야로 나뉜 부스마다 원단·라켓·인조잔디·트레이닝 기구가 산처럼 쌓였다. 이름은 낯설어도 ‘OEM·ODM’이라는 단어만큼은 어느 부스에서든 빠지지 않았다. 브랜드 없이 ‘만드는 능력’만으로 승부하는 제조사들의 각축장이었다.

올해 눈에 띈 건 별도로 꾸려진 ‘타이완 셀렉트 (Taiwan Select)’ 관이었다. 대만자동차부품대리점협회와 대만문화창의산업발전협회가 공동 주관해, 198㎡ 공간에 18개 대만 기업이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로 집결했다. 이들은 원래 자동차·오토바이 부품 공급망 전반 – 차량 안전장치, 구동계, 기능성 소재, 전자부품 – 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다. 이번엔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ATV 같은 아웃도어 스포츠 차량으로 영역을 넓혀 나왔다. 입구의 대형 LED 화면이 제품 영상과 기업 소개를 쉴 새 없이 내보냈고, 안쪽엔 영어·중국어·베트남어 통역을 갖춘 B2B 상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들이 베트남에 몰리는 이유는 숫자로 설명된다. 베트남은 등록 대수 7500만 대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오토바이 시장 중 하나로, 성인 3분의 2 이상이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신차 판매는 15% 가까이 늘어 약 340만 대에 이르렀고, 전기오토바이 판매는 아세안 1위다. 이 거대한 시장 규모와 ‘이륜차 문화’ 자체가 스포츠 액세서리, 안전장비, 오프로드 용품에 대한 방대한 수요를 만들어낸다. 스포츠 산업과 이동수단 산업이 만나는 접점에서, 국제 제조사들이 사업 기회를 본 것이다.

오토바이 7500만 대, 그래서 베트남이었다


정작 발길을 오래 붙든 건 물량이 아니었다.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베트남 로컬 업체들이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런 종합 전시회에서 베트남 기업은 수입 유통상이거나 외국 브랜드의 현지 대리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설계하고 만든 제품을 들고 나온 곳은 손에 꼽았다.

올해는 달랐다. 자체 브랜드를 단 피트니스 장비, 현지 생산 스포츠웨어, 베트남산 자전거와 전기자전거가 부스 앞줄을 차지했다. 품질과 마감에서 아직 상위 브랜드와 격차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과 2~3년 사이 좁혀진 거리를 생각하면, 추격 속도 자체가 놀라웠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주최 측은 두 전시회를 ‘생태계 모델’로 동시에 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조사에서 공급사, 유통사, 바이어, 소비자까지 가치사슬 전체를 끊김 없이 잇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흘간 B2B 비즈니스 매칭, 시장조사 투어, 전문 세미나가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OEM·ODM 파트너를 찾고 유통망을 넓히며 신기술을 접했다.

아직은 외국세가 우세, 그러나 좁혀지는 거리

국제 제조사가 물량과 단가로 전시장을 압도하는 사이, 베트남 기업은 ‘만드는 나라’로 올라서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은 외국 제조업이 우세하다. 그러나 스포츠 및 자전거 그리고 이륜차 시장은 베트남이 중국의 전략을 따라간다면 손쉽게 세계적인 수준으로 나갈 수 있는 분야다. 그 틈을 비집고 자기 이름을 단 제품을 밀어 올리는 베트남 업체들의 속도는, 이 전시장이 곧 산업 지형의 축소판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SECC를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내년 이맘때, 이 전시장에서 베트남 간판의 비율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금의 추격 속도라면, 그 답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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