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월드컵이 결전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다시 한번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메시와 동료들의 활약과는 별개로, 아르헨티나는 또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아르헨티나 증시 대표 지수인 S&P MERVAL은 최근 5년간 수천 배 상승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수는 320만 포인트를 넘어서며 절대 수치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주가지수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 놀라운 수치 뒤에는 경제적 기적이 아닌, 인구 약 5,000만 명의 이 나라를 수십 년간 괴롭혀 온 뿌리 깊은 문제들이 있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폭발적 상승은 기업 실질 가치의 증가보다 자국 통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반영한 것에 가깝다. 수년간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였다. 한때 연간 물가상승률이 200%를 넘어서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주식 명목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다.
즉, 지수 상의 ‘수천 배 상승’은 투자자들이 실제로 그만큼 부유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같은 자산을 표시하는 데 훨씬 더 많은 페소가 필요해진 결과로, 지수 숫자만 커진 것이다.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오히려 많은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아르헨티나는 반복적인 외채 위기와 디폴트(채무불이행), 극심한 통화 불안으로 인해 수천만 명의 국민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 최고의 주가지수 수치는 번영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통화와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심하게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지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