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사 초읽기와 함께 백곰은 시뻘건 불기둥을 내뿜으며 솟아올랐다. 저 멀리 날아가 시야에서는 시험 통제원의 “비행시간 1분 경과”, “2분 경과” 하는 멘트와 “삐삐삐” 하는 비행 진행을 알리는 초시계 소리는 1초 1초가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탄착”이라는 멘트가 떨어지자 관람대는 물론이고 모든 연구원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위의 내용은 1978년 9월 26일 최초의 국산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발사 당시 상황을 서술한 것이다. ‘백곰, 도전과 승리의 기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을 집필한 ADD 출신 3명 중 주저자인 안동만(77)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지난 6월 8일을 시작으로 3차례에 걸쳐 대전시 한국무기체계안전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현재 그는 이 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 전 소장은 인터뷰에서 “적군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의 ‘천궁II’미사일은 세계 톱 수준”이라면서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미사일 패트리엇보다 천궁이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35년간 ADD에서 일하면서 나의 최대 목표는 국방과학기술 자립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면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실패하는 것을 용인해줘야 하는데, 현재는 관료주의 문화 때문에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안 전 소장은 경북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노스럽대에서 항공공학 석사학위, 영국 크랜필드대에서 같은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ADD에 입사한 그는 1990년 항공기술 부장으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군용 항공기인 KT-1을 백지에서 개발, 3년 만에 초도 비행을 완수했다. 1995년에는 대함유도무기체계 부장이 돼서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국내 최초의 순항유도탄인 ‘현무3’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어 그는 2000년 항공기·유도무기개발본부장, 2003년 국방부 연구개발관, 2005년부터 3년간 ADD 소장으로 일했다. 그는 이때 장거리 전략무기, 철매2 대공 유도무기, 다목적 헬기, 무인 항공기, 군사용 위성 등을 개발했다.
연구개발관과 연구소장 시절에는 국방위성 개발 등 개방적인 국방 R&D를 추진했다. K2 전차의 터키 수출에도 적극 나섰다. 이런 노력은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의 자립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