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후에(Huế)에 기록적인 홍수가 닥쳐 시내 곳곳이 물에 잠긴 가운데, 항공 촬영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사방이 침수된 상황에서 AEON몰 후에만 ‘고립된 섬’처럼 건조한 상태를 유지했고,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피하기 위해 맡긴 차량과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메운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이후 일본 최대 경제 일간지 닛케이(Nikkei)가 판권을 구입해 해당 쇼핑몰 관련 기사에 게재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에이온은 프로젝트 착공 단계부터 1999년 대홍수 당시 수위 데이터를 참조해 부지 전체의 기초 지반을 높였으며, 실제 침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매장 문을 열어 주민들이 비를 피하고 휴대폰을 충전하며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1999년 홍수 데이터를 참고한 것은 에이온이 베트남에서 취해온 ‘느리지만 확실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일본 유통 공룡의 17년
에이온이 베트남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09년이다. 진출 초기부터 에이온은 경쟁사들이 점포를 빠르게 늘리는 동안에도 신중한 행보를 유지했다. 현재 에이온은 베트남 전국에 걸쳐 복수의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찌민(Hồ Chí Minh)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이온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 소매 유통 시장이 중산층 확대와 도시화 가속에 힘입어 고성장 궤도에 오르자, 에이온은 17년간의 ‘조심스러운 걸음’에서 벗어나 전례 없는 규모의 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전환했다.
에이온은 기존 대형 쇼핑몰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소형 슈퍼마켓 포맷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베트남 전역 주요 도시로 출점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베트남 유통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일본계 유통 업체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에이온의 이번 확장 전략은 베트남 소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