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없어도 찾는다는데, 효과는 ‘옥석 가리기’ 필요
혈당 관리가 30·40대 직장인과 다이어트에 열심인 MZ세대의 새로운 건강 화두로 떠올랐다. 스마트워치와 연속혈당측정기(CGM) 보급으로 자신의 혈당 변화를 실시간 들여다보는 사람이 늘면서, 당뇨 환자가 아니어도 ‘혈당 스파이크(혈당이 급상승했다 급하락하는 현상)’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검색창 상위에 ‘혈당 보조제’가 오르내리고, 약국과 홈쇼핑에는 관련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진다. 하지만 성분마다 임상 근거의 무게는 천차만별이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 매장의 주인공은 ‘바나바잎’
한국 약국·홈쇼핑에서 파는 혈당 건강기능식품의 주력 성분은 대부분 바나바잎 추출물(코로솔산·Corosolic acid)이다. 앞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베르베린이나 계피와 달리, 바나바잎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로부터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정식으로 인정받은 원료라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바나바(Lagerstroemia speciosa)는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열대성 식물로, 필리핀 등지에서 오래전부터 당뇨 민간요법에 쓰여왔다. 첫 연구 보고는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잎에 든 코로솔산은 세포의 포도당 수송을 활성화해 세포 내 포도당 흡수를 늘림으로써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식후(食後) 혈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강점이다. 경증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당이 평균 13.5% 감소했고,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투여 2시간 이내에 대개 10~15% 범위로 혈당이 떨어졌다.
안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바나바를 최대 1년간 매일 투여한 연구를 포함해 사람 대상 연구에서 이렇다 할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표본이 작고 장기·고용량 안전성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 식약처는 코로솔산 기준 하루 최대 1.3㎎까지 인정하고 있어, 국내 신제품은 대부분 이 최대치를 채운다. 최근 신풍제약 (2024년 3월), 레이델(2025년 6월) 등이 잇따라 바나바잎 제품을 내놨는데, 바나바 단독이 아니라 크롬·아연·비타민B군 등 다른 기능성 원료를 함께 담은 복합제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바나바만의 효과’를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SNS발 ‘천연 오젬픽’ 베르베린, 근거는 탄탄하지만 과장도 많아
베르베린 (Berberine)은 ‘천연 메트포르민’ 으로 불릴 만큼 다섯 성분 중 임상 근거가 가장 두텁다. 50개 무작위대조시험(RCT)·4150명을 종합한 2024년 메타분석에서 베르베린은 공복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 LDL 콜레스테롤·총콜레스테롤·중성지방을 유의하게 낮췄다. 일부 임상에서는 당화혈색소(HbA1c)를 9.5%에서 7.5%로 낮춰 그 효과가 메트포르민에 필적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천연 오젬픽(Nature’s Ozempic)’ 으로 둔갑하며 생긴 과장이다. 체중감량의 ‘열쇠’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으며 장기 복용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비만 치료제 오젬픽·위고비의 체질량지수(BMI) 감소 효과는 베르베린의 18배에 달했다. 특히 메트포르민 같은 혈당강하제와 함께 먹으면 저혈당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임신부와 영아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설사·변비·메스꺼움 같은 위장 장애도 흔한 부작용이다.

계피는 ‘용량’, 마그네슘은 ‘결핍 여부’가 관건
계피 추출물은 효과가 있지만 조건이 붙는다. 11개 메타분석을 종합한 분석에서 계피 보충은 공복혈당과 인슐린, 당화혈색소를 유의하게 낮췄다. 다만 당화혈색소와 체질량지수 개선은 하루 2g 이하 용량에서만 나타났다.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마그네슘은 ‘결핍한 사람’에게 특히 유효하다. 23개 RCT·1345명 메타분석에서 마그네슘 보충은 공복혈당을 유의하게 낮췄으나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반면 일부 메타분석은 제2형 당뇨 환자에 대한 일상적 마그네슘 보충을 권고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마그네슘이 부족한 사람이나 고령층, 장기 복용자에서 효과가 크다는 게 핵심이다.
알파리포산(ALA)은 혈당보다 신경병증에 강점이 있다. 정맥 투여(하루 600㎎, 3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경구 투여의 임상적 유의성은 명확하지 않다. 크롬은 다섯 성분 중 근거가 가장 약한 축으로, 당뇨가 없는 사람 대상 9개 RCT 메타분석에서 공복혈당에 영향이 없었다.
베트남선 ‘여주·짐네마’ 약초 복합제가 대세
베트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에서 당뇨 유병률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연 8~10%씩 늘고 있으며, 환자의 약 65%가 자신이 당뇨인 줄 모른다. 그만큼 혈당 보조 기능식품(thực phẩm chức năng) 시장이 크다.
한국이 바나바잎 단일 원료 중심이라면, 베트남은 현지 약초를 배합한 복합제가 주류다. 대표적인 게 여주(khổ qua)와 짐네마(dây thìa canh)다. 짐네마는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줄이고 인슐린 분비와 활성을 높여 혈당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 현지 브랜드 Glutex는 황백·계지·망고잎·님잎 추출물을, An Đường Khang은 여주·스테비아·박하 추출물을 내세운다. 일본산 Medsulin Gold는 밀크시슬·뽕나무잎·여주·짐네마 등 15가지 약초를 복합 배합했다.
흥미로운 건 글로벌 제품은 한국과 판박이라는 점이다. 호주 브랜드 Blackmores Sugar Balance는 크롬 피콜리네이트·아연과 비타민 B군·C·D3로 인슐린 활성 개선과 말초신경 보호를 표방한다. 크롬+아연+비타민이라는 구성이 한국 시판 복합제와 거의 같다. 베트남 약국 체인 Pharmacity, Long Châu, An Khang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며, 상당수 제품이 라벨에 “치료제를 대체하지 말고 사용 전 의사와 상담하라”는 주의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 “맹신 금물… 기본은 식단·운동·수면”
혈당 보조제는 당뇨 환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성분마다 근거가 다르고, 어디까지나 ‘보조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실제로 국립국어원 표기 기준으로 국내에 소개된 여러 전문가 진단도 한목소리를 낸다. 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 홍재원 교수는 “기능성 식품은 개인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고, 현재 복용하는 약물의 효과를 저해하거나 반대로 강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당뇨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고 영양제로 대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기능성 식품은 치료제가 아니다. 둘째,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라면 저혈당 위험 때문에 병용 전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셋째,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이라는 기본이 지켜져야 보조제도 제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