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nfo – 마그네슘 먹으면 살 빠지나?

헬스장 락커, 러너의 가방, 직장인 책상 서랍. 요즘 마그네슘 한 통은 어디서나 보인다. “근육 경련에 좋다” “지방을 태운다” “살이 빠진다”는 입소문을 타고, 마그네슘은 운동하는 사람의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마그네슘이 지방과 체중, 운동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입소문과 사실 사이에는 꽤 큰 틈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마그네슘은 ‘지방을 태우는 약’이 아니라, 원래 부족했던 사람한테만 효과를 보이는 영양제다.

몸속 ‘윤활유’ 같은 존재

마그네슘이 대사에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움직이는 거의 모든 과정에 마그네슘이 끼어든다. 실제로 마그네슘은 인체에서 300종이 넘는 효소 반응에 관여한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오일 같은 존재다. 없으면 분명히 탈이 난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사진에서 처럼 근육 경련이 발생한다

그래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살이 찌기 쉽고 대사가 흐트러진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비만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마그네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부족한 걸 채우는 것’과 ‘충분한데도 더 넣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기름이 모자란 차엔 기름을 더 넣어야 하지만, 가득 찬 차에 기름을 더 부어봐야 흘러넘칠 뿐이다.

“중성지방·콜레스테롤 잡는다”… 데이터는 글쎄

가장 먼저 흔들리는 통념이 바로 이거다. 마그네슘이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이야기.
여러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들을 보면, 마그네슘을 먹는다고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의미 있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 “몇 달 먹었더니 중성지방이 내려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비슷한 연구들을 한데 모아 평균을 내보면 그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 우연한 차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LDL(나쁜 콜레스테롤)은 약간 내려가는 듯했지만, 정작 기대를 모았던 중성지방엔 별 변화가 없었다. “마그네슘으로 혈중 지방을 잡겠다”는 기대는 일단 접어두는 게 좋다.

체중은 ‘아주 조금’, 체지방은 ‘그대로’

다이어터들이 가장 궁금해할 대목으로 가보자. 결론은 다소 김이 빠진다.
마그네슘을 6개월 안팎 꾸준히 먹은 사람들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체질량지수(BMI)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줄긴 했다. 하지만 그 폭이 문제다. 키 170㎝ 성인 기준으로 따지면 체중 600g 정도. 사실상 ‘거의 안 빠진’ 수준이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체지방률과 허리둘레, 전체 체중은 마그네슘을 먹은 그룹이나 안 먹은 그룹이나 차이가 없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그나마 체중이 줄어든 효과는 모두에게 나타난 게 아니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비만이거나, 원래 마그네슘이 부족했던 사람, 그리고 여성에게서만 의미 있는 변화가 보였다. 건강하고 마그네슘도 충분한 사람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비만인 사람(BMI 30 이상)에게서만 허리둘레가 살짝 줄었다. 메시지는 한결같다. 마그네슘의 다이어트 효과는 ‘누구나’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한테만’ 작동한다.

운동하면 더 빠져나가지만, 보충 효과는 별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마그네슘이 더 필요하다는 말은 절반은 맞다. 운동선수들을 조사해보니, 음식으로는 일반인보다 더 많이 챙겨 먹는데도 정작 혈중 마그네슘은 더 낮았다. 운동하면서 땀과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양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앞서 헬스장의 B씨가 “땀을 많이 흘리니까”라고 한 말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셈이다. 땀 흘리는 사람이 결핍에 취약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도 함정이 있다. ‘부족해지기 쉽다’는 것과 ‘보충하면 운동을 더 잘하게 된다’는 건 별개의 문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마그네슘을 더 먹는다고 근력이 세지거나, 더 오래 달리거나, 더 무거운 걸 들 수 있게 되지는 않았다. 이미 마그네슘이 충분한 사람한텐 운동 기록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예외는 있다. 노인이나 평소 식사가 부실해 실제로 마그네슘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서도 핵심은 ‘결핍’이다.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나는 마그네슘이 부족한 사람일까,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결핍군’일까

마그네슘 결핍은 생각보다 흔하다. 일부 연구에선 성인의 절반 넘는 사람이 하루 권장 섭취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도 있다. 가공식품 위주의 현대인 식단으로는 충분한 마그네슘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까다로운 점은, 마그네슘 부족이 당장 뚜렷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혈액 검사로도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의 마그네슘은 대부분 뼈와 근육 등 조직에 저장돼 있어, 혈중 농도만으로는 실제 결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상’과 ‘생활 습관’으로 가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마그네슘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 신호로는 ▲눈 밑이나 손발 근육의 떨림·경련 ▲쥐가 자주 나는 것 ▲손발 저림과 따끔거림 ▲만성 피로와 무기력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수면 문제 ▲두통 ▲이유 없는 불안·우울감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 등이 꼽힌다. 이런 증상이 여러 개 겹친다면 마그네슘 부족을 의심해볼 만하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람은 결핍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운동을 많이 해 땀을 자주 많이 흘리는 사람이다. 호찌민처럼 덥고 습한 환경에서 야외 러닝이나 사이클을 즐기는 한인들이 여기 해당한다.
둘째,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다. 알코올은 마그네슘 배출을 늘려 결핍을 부추긴다. 잦은 회식·접대 문화에 노출된 직장인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채소·과일은 적게 먹는 사람이다.
넷째,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나 위장·장 질환으로 흡수가 떨어지는 사람,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다.
다섯째, 이뇨제 등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과 카페인·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사람, 그리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도 흡수율이 떨어져 부족해지기 쉽다.
반대로 말하면, 술도 거의 안 마시고 채소·견과류·통곡물을 골고루 챙겨 먹으며 별다른 증상도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마그네슘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마그네슘은 살을 태우거나 운동 기록을 높여주는 ‘부스터’가 아니라, 부족할 때 몸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받쳐주는 ‘바탕’이다.
그래서 챙겨 먹어서 득을 볼 사람은 비교적 분명하다. 운동을 많이 해서 땀으로 손실이 큰 사람, 당뇨·고혈압 같은 대사 문제가 있는 사람,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결핍 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한 사람이 ‘살 빼겠다’며 고용량을 들이켜는 건, 데이터로 보면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좋은 건 음식으로 채우는 것이다. 짙은 녹색 잎채소, 견과류와 씨앗류, 콩, 통곡물, 아보카도, 바나나, 다크초콜릿에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평소 식단을 이쪽으로 조금만 옮겨도 상당 부분 보충이 된다. 보충제로 먹는다면 하루 250~400㎎ 정도를 몇 달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연구에서 검토된 무난한 수준이다. 단,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마그네슘이 몸에 쌓일 수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고,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설사 같은 탈이 날 수도 있다.
결국 영양제 한 알이 밥상과 운동화를 대신할 순 없다. 뱃살과 중성지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적게 먹고, 단 것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꾸준히 움직이는 것. 마그네슘은 그 노력이 헛돌지 않게 돕는 윤활유일 뿐, 엔진 그 자체는 아니다. 헬스장의 A씨가 종아리 경련 때문에 마그네슘을 먹는 것이라면 그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지방을 태우려고’ 먹는 것이라면,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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