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tory – PETFAIR VIETNAM 2026

지난 6월 10일 오전, 호찌민시 7군 사이공전시컨벤션센터(SECC). 입구에 들어서자 ‘왈왈’ 짖는 소리와 ‘냐옹’ 우는 소리가 안내방송을 덮었다. 전시장 한쪽에선 정장을 빼입은 핸들러가 강아지를 끌고 링을 돌았고, 다른 한쪽에선 마스크를 쓴 출품자가 케이지 속 고양이를 들여다보며 심사를 기다렸다. 베트남 최대 반려동물 산업 전시회 ‘펫페어 베트남(Petfair Vietnam) 2026’의 사흘이 이렇게 시작됐다. 기자가 사흘 내내 전시장을 직접 걸으며 보고 들은 현장을 정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펫페어 베트남은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SECC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20개국에서 250개 넘는 업체가 참가했고, 전시 면적은 7,000㎡를 넘겼다고 밝혔다. 방문객 추산은 자료마다 5,000명에서 1만2,000명까지 폭이 컸는데, 적어도 기자가 둘러본 주말 이틀간의 인파만 놓고 보면 ‘1만 명’이라는 숫자가 과장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통로마다 유아차에 고양이를 태운 젊은 부부, 캐리어를 끌고 온 바이어, 카메라를 든 인플루언서가 뒤엉켰다.
전시는 크게 셋으로 나뉘었다. 사료·간식·용품을 파는 기업 부스, 강아지·고양이·앵무새가 직접 등장하는 각종 대회와 체험존, 그리고 수의학 콘퍼런스 같은 전문 세미나다. 기자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든 것은 단연 두 번째, ‘살아 있는 콘텐츠’였다.

트로피 수십 개 늘어선 도그쇼… ‘FCI 공인’ 정식 챔피언십

전시장 안쪽 별도 홀에 들어서자 황금빛 트로피가 끝도 없이 늘어선 무대가 나타났다. 무대 뒤 대형 현수막에는 ‘베트남 챔피언십 도그쇼 06/2026 (Vietnam Championship Dog Show)’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현수막 상단에는 국제애견연맹 (FCI·국제축견연맹)과 베트남애견협회 (VKA), FCI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섹션의 공식 로고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전시회가 장소와 관객을 제공하고, 실제 심사는 VKA가 FCI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정식 챔피언십이라는 의미다. 일정은 전시 둘째·셋째 날인 6월 11~12일이었다.

▲ 1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베트남 챔피언십 도그쇼” 무대.
베트남애견협회(VKA)가 주관하고 국제애견연맹 (FCI)이 공인한 정식 견종 품평회다.
무대 위 트로피만 수십 개가 늘어섰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 정장 차림의 핸들러가 강아지를 데리고 심사 링을 도는 모습.
뒤편 분홍색 펜스에는 베트남 영양제 브랜드 ‘펫파워(PetPower)’의 로고가 걸렸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링 안에서는 견종 표준(스탠더드)에 따른 심사가 한창이었다. 짙은 색 정장을 입은 핸들러가 보더콜리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링을 돌면, 심사위원이 보폭과 골격, 털의 윤기를 살폈다. 관객석 한쪽에서는 출전을 기다리는 또 다른 참가자가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스마트폰으로 그 장 면을 찍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가 한 공간에서 평온하게 공존하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눈여겨볼 대목은 후원 구도였다. 도그쇼 무대와 펜스 곳곳에는 ‘Hello Dog’ ‘펫파워(PetPower)’ 같은 베트남·아시아 브랜드의 로고가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붙어 있었다. 트로피와 리본(로제트)을 둘러싼 화려함의 상당 부분이 이들 후원사의 마케팅 무대이기도 하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권위 있는 국제 공인 대회라는 ‘격(格)’과, 그 격을 빌려 브랜드를 노출하려는 상업적 동기가 한 무대 위에 공존하고 있었다.

케이지마다 번호표… 인터내셔널 캣쇼의 진지함

전시 마지막 날인 6월 12일, SECC 로비 쪽으로 향하자 분위기가 또 달랐다. ‘인터내셔널 캣쇼 (International Catshow)’ 배너 아래로 출품묘를 담은 케이지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케이지마다 ‘047’ 같은 출전 번호가 붙었고, 메인쿤·페르시안·브리티시쇼트헤어 등 품종도 다양했다. 수상묘 케이지 옆에는 1위·베스트 키튼을 알리는 색색의 리본이 자랑스럽게 걸렸다.
출품자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한 출품자는 케이지 앞에 자신의 고양이가 받은 상장과 사진으로 꾸민 대형 보드를 세워두고 관람객에게 품종 내력을 설명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마스크를 쓴 출품자가 살이 오를 대로 오른 노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손님을 맞았다. 반려묘를 ‘가족’을 넘어 ‘작품’으로 대하는 문화가 베트남에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했다.

출전 번호 ‘047’이 붙은 케이지 안에서 심사를 기다리는 고양이들.
정식 품평회답게 출품묘 관리가 체계적이었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전시 마지막 날 SECC 로비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캣쇼.
출품묘를 담은 케이지가 줄지어 늘어섰고, 수상묘 옆에는 챔피언 리본이 내걸렸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가위질 한 번에 탄성… 그루밍 시연과 앵무새존

또 하나의 볼거리는 그루밍(미용)이었다. 회전 테이블 위에 새하얀 푸들을 올려놓고 ‘콘티넨털 클립’을 다듬는 그루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가위가 지날 때마다 둥근 폼폼 모양이 또렷해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루머들의 유니폼에는 ‘Kiss Grooming’ ‘에올루스(Aeolus)’ 같은 미용 브랜드 로고가 선명했다.
붉은 옷을 입은 한 그루머는 요크셔테리어의 길게 늘어뜨린 털을 한 올 한 올 빗어 정리하고 있었다. 다만 이 그루밍이 정식 ‘경연’이었는지, 후원사 부스의 ‘시연’이었는지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주최 측은 ‘Wondergrooming’이라는 그루밍 프로그램을 공식 일정에 올려놨지만, 현장에서는 경연과 시연, 제품 홍보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었다. 화려한 손놀림에 감탄하면서도, 어디까지가 ‘대회’이고 어디부터가 ‘광고’인지는 관람객이 스스로 가려야 했다.

요크셔테리어의 긴 털을 한 올 한 올 빗어 세팅하는 그루머.
쇼독(show dog)의 털 관리는 그 자체로 고도의 기술이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패럿 파라다이스(Parrot Paradise)’ 존에 등장한 블루 & 골드 마코앵무.
개·고양이에 가려졌지만 조류·특수동물 시장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개와 고양이에 가려지긴 했지만, 앵무새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패럿 파라다이스(Parrot Paradise)’ 존에서는 블루&골드 마코앵무가 횃대에 앉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경연이라기보다 체험·전시에 가까웠지만, 반려동물의 범주가 개·고양이를 넘어 조류와 특수동물로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코리아 파빌리온’에 모인 K-펫… 화려한 카피, 검증은 별개

한국 독자에게 가장 눈에 띈 구역은 단연 ‘코리아 파빌리온(Korea Pavilion)’이었다. 푸른 바탕에 태극 문양을 입힌 ‘KOREA’ 조형물 아래로 한국 반려동물 기업 수십 곳이 한데 모였다. 한국펫산업수출협회(AKPPE)가 후원하는 이 공동관은, 베트남 시장을 두드리는 ‘K-펫’의 전초기지라 할 만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한국 기업만 8곳이 넘었다. 반려동물 웰에이징 영양제를 내세운 메디솔브(Medisolve), ‘국내 1위 펫숍 프랜차이즈’를 표방한 폴리파크(Polypark), 유기농 기능성 사료의 굿데이 내추럴랩(Gooday Natural Lab), 반려동물 제약·건강기능식품의 ELT 사이언스(ELT Science), 사료·간식 수출기업 구프(GUPUP), 동결건조 간식 전문 든든(DNDN), 고양이 모래 전문 코리아 캣 리터 랩(아로펫), 수의사 추천 사료를 앞세운 마이펫닥터(Mypet Doctor) 등이 부스를 차렸다.
부스마다 내건 문구는 화려했다. ELT 사이언스는 ‘R&D 25년 이상, 특허 19건, GMP 인증 제조’를 앞세우며
‘한국 1위 반려동물 제약 제조사’를 자처했다. 굿데이 내추럴랩은 ‘미국 FDA·USDA 수출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한국산 펫푸드’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마이펫닥터는 ‘브랜드 대상 15관왕’을 강조했다. 다만 이런 표현들은 어디까지나 각 업체의 ‘자기 주장’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위’ ‘최초’ ‘승인’ 같은 단어가 부스 벽을 가득 채웠지만, 그 근거와 범위까지 현장에서 검증되는 것은 아니었다.

푸른 ‘KOREA’ 조형물이 내걸린 한국관(코리아 파빌리온) 입구.
반려동물 웰에이징 영양제 브랜드 ‘메디솔브(Medisolve)’가 첫 부스를 차지했다.
‘한국 1위 반려동물 제약 제조사’를 표방한 ELT 사이언스 부스.
‘R&D 25년·특허 19건·GMP 인증’ 같은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기농 기능성 사료를 내세운 굿데이 내추럴랩 부스. 관절·소화·
피부·면역 등 기능별로 세분화한 ‘CARE’ 라인을 진열했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그럼에도 K-펫의 강점은 분명해 보였다. 깔끔한 패키지 디자인, 기능별로 잘게 쪼갠 제품 라인업, ‘Human-Grade (사람이 먹는 등급)’를 강조하는 정교한 마케팅은 베트남 현지 브랜드와 확연히 구별됐다. 내추럴랩은 관절·소화·피부알러지·면역·다이어트로 나눈 ‘CARE’ 시리즈를, 메디솔브는 사람용 건강식품을 연상시키는 액상 영양제 (CLA·코엔자임Q10)를 내놨다. 한류와 ‘프리미엄’ 이미지에 익숙한 베트남 젊은 소비자에게 통할 만한 무기들이었다.

고양이 모래 전문 ‘코리아 캣 리터 랩(아로펫)’ 부스.
모래혁명(Sand Revolution)’ 등 제품명을 베트남어 마케팅 문구와 함께 내걸었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수의사 추천 기능성 사료를 앞세운 ‘마이펫닥터’ 부스.
눈물·소화·피부·체중 등 기능별로 나눈 ‘시그니처 도그푸드 2.0’을 전면에 배치했다.
– 촬영: 씬짜오베트남 –

‘붐’은 확인됐다, 이제 옥석 가리기

사흘간 전시장을 걸으며 받은 인상을 한마디로 줄이면, ‘베트남 반려동물 시장은 이미 산업이 됐다’는 것이다. 개를 집 지키는 동물로, 고양이를 쥐 잡는 동물로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정식 견종 품평회와 국제 캣쇼가 열리고, 영양제·제약·동결건조 간식 같은 세분화된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은 분명 한국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다.
다만 기회가 곧 성공은 아니다. 코리아 파빌리온의 화려한 부스들이 보여준 것은 ‘K-펫의 잠재력’인 동시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속들’이기도 했다. ‘1위’와 ‘최초’라는 카피가 베트남 소비자의 신뢰로, 또 실제 매출로 번역되기까지는 가격·유통·인증이라는 현실의 관문이 남아 있다. 올해 펫페어가 ‘K-펫의 베트남행(行)’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진짜 경쟁은 전시장 밖에서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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