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격상과 관련해 관찰대상국(Watch List) 진입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27년 6월로 연장될 수 있다는 현지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베트남 증시의 고질적인 걸림돌인 ‘외국인 보유 한도(room)’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의 차물의결권부주식예탁증서(NVDR) 모델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베트남 호치민증권거래소(HOSE) 및 안빈증권(ABS) 리서치센터 공시 보도에 따르면, MSCI는 최근 발표한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 보고서에서 베트남 정부의 인프라 개혁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시장 접근성 평가의 18개 기준 점수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 중 8개 핵심 지표가 여전히 ‘개선 필요(-)’ 등급에 머물며 자본시장 개방의 핵심 규제들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응우옌 테 민(Nguyễn Thế Minh) 안빈증권 투자은행(IB) 부문장은 베트남 증시의 가장 큰 장벽으로 외국인 지분 제한(FOL), 특정 조건부 업종의 외국인 한도 소진, 정보 접근의 불평등, 역외 외환시장 제한, 복잡한 계좌 개설 절차 등을 꼽았다. 특히 외국인 매수 잔여 한도 고갈 문제는 MSCI 지수 산정 시 베트남 IMI 지수의 1% 이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간 내 관찰대상국 진입은 어려우며 향후 시점이 2027년 6월까지 밀릴 수 있다고 시산했다.
이 같은 한도 제한의 돌파구로 태국 시장이 도입한 NVDR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태국 증권거래소(SET) 자회사가 발행하는 NVDR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의결권을 제외한 배당금, 주가 상승 차익 등 모든 경제적 권리를 일반 주식과 동일하게 보장하는 증서다. 중개 기관이 원주식을 보유해 현지 법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 민 부문장은 은행, 통신 등 규제 완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특수 업종에 NVDR을 우선 도입하면 대형주 한도 고갈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태국이 지난 2000년 NVDR을 도입한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방콕은행 사례처럼 NVDR 자체 한도가 소진되는 등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므로, 실질적인 지분 제한 완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MSCI로부터 신흥시장에서 프런티어 마켓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 사례는 베트남에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상장사 창업주나 특정 가문의 지분 집중으로 인해 실제 유통물량(free-float) 비율이 낮고 실소유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소 유통물량 요건을 7.5%에서 15%로 상향하고, 지분 1% 이상 주주 명부를 매월 의무 공시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역시 국영기업이나 창업주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실질 유통물량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교차 소유 등 우회 지분 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금융 당국은 인도네시아와 달리 경고를 받기 전 선제적 개혁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앙청산결제(CCP) 모델 도입, 영문 공시 의무화 확대 등 시장 접근성 개선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 중이다. 민 부문장은 글로벌 지수 추종 자금(패시브 자금)은 시장 분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유출입되는 양날의 검과 같다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시장 강등 시 최대 130억 달러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오는 9월 예정된 파이낸셜타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FTSE) 러셀의 신흥시장 승격 심사를 최종 점검하는 한편, 단기적인 자금 유입에 안주하지 말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