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대형 금은보석·금융 대기업인 도지(DOJI) 그룹이 창업주 도 민 푸(Đỗ Minh Phú) 회장의 두 자녀를 중심으로 한 완벽한 가문 자산 승계 구도를 마무리하며 재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베트남 보석·부동산 업계 및 그룹 구조조정 TF 공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도지 그룹이 ‘세계 750대 가족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당시 창업주의 자녀인 도 부 푸옹 아인(Đỗ Vũ Phương Anh)과 도 민 덕(Đỗ Minh Đức)은 대중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현재까지도 이들의 사생활이나 개인 인터뷰는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이들의 모습은 오직 푸 회장의 회고나 공식 석상에서의 이미지뿐이었지만, 이처럼 조용한 행보의 이면에는 수십 년 전부터 정교하게 기획된 ‘친정 체제 구축 및 지식 축적’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었다.
장녀인 도 부 푸옹 아인 현 도지 그룹 총감독(CEO)은 부친의 권유에 따라 하노이 국립경제대학교 금융은행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그룹 부사장직에 오른 뒤에도 학업을 지속해 하노이 국립대학교에서 ‘베트남 사기업 중간관리직의 역량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환대산업(관광·호텔) 시장 진출을 앞두고 스위스 호텔매니지먼트스쿨(SHMS)에서 관련 석사 학위까지 마쳤다. 이는 도세 스(Đỗ Thế Sử) 증조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도씨 가문 특유의 ‘학술 유전자(mã gen)’와 지식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행보다.
푸옹 아인 총감독은 후방에서 조직의 뼈대를 세우는 ‘시스템 건축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녀는 도지 그룹에 합류하기 전, 부친과 숙부 도 안 투(Đỗ Anh Tú)가 설립해 일본 유니참(Unicharm) 그룹에 1억 8,400만 달러(95% 지분)로 매각해 화제를 모았던 위생용품 기업 다이아나(Diana)에서 인사 및 시스템 개혁 부사장(2008~2010년)으로 재직하며 실무를 익혔다. 이후 도지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인사 및 행정 총괄을 맡으면서, 조직의 인력 규모가 800명에서 3,000명으로 300% 급증하는 폭발적 성장기 속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슬림한 내부 운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 결과 도지 그룹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남동생인 도 민 덕 수석부회장은 일선의 시장을 개척하는 ‘비즈니스 전사’로 육성됐다. 영국 시티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보석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보석연구원(GIA)의 전문 과정을 이수하고 ‘국제 보석 감정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어 실물 경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해 10월 국립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소지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부친의 비서로 입사해 다른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며 현장 경영을 배운 그는 호찌민시와 다낭 등 경쟁이 치열한 남부·중부 시장의 총괄 책임자로 부임해 도지 브랜드의 전국화 성공을 이끌었다.
현장 실무를 완벽히 마스터한 도 민 덕 수석부회장은 이후 부동산 자회사인 도지랜드(DOJILAND)를 이끌며 하이엔드 및 초호화 럭셔리 주거 시장을 개척해 2019~2022년 동안 다수의 국제 부동산 상을 휩쓸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20년에는 다이아몬드 월드(Thế Giới Kim Cương)를 인수합병(M&A)하는 역사적 딜을 주도한 뒤 회장직에 올라 포스트 코로나 체제의 시스템 복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처럼 무려 15년간 밑바닥부터 실력을 증명해 낸 끝에 그는 2023년 도지 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공식 승진했다. 내부 시스템을 통제하는 누나 푸옹 아인의 ‘내조’와 외부 전선을 책임지는 동생 민 덕의 ‘외조’가 결합된 구조다. 재계 관계자들은 어떠한 잡음이나 특혜 논란 없이 철저히 실력과 정당성만으로 완성된 이번 도지 그룹의 3세대 경영 승계 모델이 베트남 가족 기업 역사에 가장 모범적인 이정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