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 전문지 아시안뱅커(The Asian Banker)가 발표한 세계 1000대 대형 은행 순위에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리며 높은 수익성을 입증했다. 다만 자산 규모와 자본 적정성 등 기초체력 면에서는 싱가포르 등 주요국과의 격차가 여전해 덩치를 키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아시안뱅커의 ‘AB1000 2025(2024년 재무제표 기준, 2025년 3월 31일 마감 데이터 적용)’ 순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세안 9개국 중 84개 은행이 세계 1000대 은행 리스트에 포함된 가운데 베트남은 가장 많은 23개 자리를 차지하며 역내 타 국가들을 압도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16개), 말레이시아(12개), 필리핀(11개), 태국(10개), 싱가포르(7개), 캄보디아(3개), 미얀마·라오스·브루나이(각 1개) 순이었다.
베트남 은행들은 양적으로는 순위를 장악했으나 질적인 자산 규모 면에서는 아직 세계 100위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베트남 내 1위인 BIDV(세계 213위)의 총자산은 1,080억 달러로, 아세안 전체 1위인 싱가포르 DBS은행(6,090억 달러)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세안 각국의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 국책 금융기관이거나 국가 국부펀드를 통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소유한 지배구조를 띠고 있었다. 아세안 내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싱가포르의 DBS(6,061억 달러), OCBC(4,580억 달러), UOB(3,940억 달러)가 1~3위를 독식했고, 말레이시아 메이뱅크(2,405억 달러)와 CIMB(1,689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순이익 역시 싱가포르 DBS(84억 5천만 달러), OCBC(58억 달러), UOB(45억 3천만 달러) 순으로 금융 선진국인 싱가포르가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효율성을 측정하는 수익성 지표에서는 베트남 은행들이 아세안 시장을 선도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부문에서 베트남의 HDBank가 25.52%로 아세안 전체 1위를 기록했으며, LPBank(25.22%)가 2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ACB(21.97%), MB(21.73%), 남아은행(20.89%), 새콤은행(20.32%) 등 베트남 중견 은행들이 아세안 톱10 내에 대거 포진해 투입 자본 대비 높은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줬다. 총자산이익률(ROA)에서는 인도네시아 BCA(3.83%)와 BRI(3.07%)가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베트남의 테크콤뱅크(2.39%), MB(2.32%), LPBank(2.22%), ACB(2.19%), HDBank(2.11%) 등이 상위권에 명함을 내밀었다. 특히 아세안 ROE 1위인 HDBank의 경우 총자산 274억 달러 규모로 세계 548위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경비율(CIR) 35.2%로 최상위권의 비용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베트남 금융권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아킬레스건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CAR Tier 1)과 예대율(LDR)을 꼽았다. 베트남 은행들의 평균 핵심자기자본(Tier 1) 비율은 10.88% 수준으로 인도네시아(20%대 초반)나 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14~15%대) 등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자본 확충을 통한 안전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테크콤뱅크와 VPBank 등 일부 은행은 14.7% 수준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지표를 보였다. 예대율 역시 타 국가 대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어서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부실채권(NPL) 비율의 경우 베트남 시스템 전체 평균은 2.22%이나, 은행별 내부 편차가 컸다. 비엣콤뱅크(0.96%)와 테크콤뱅크(1.12%), 비엣틴뱅크(1.24%), BIDV(1.41%), ACB(1.49%) 등 대형 국외 및 상업은행들은 1% 안팎으로 건전성을 방어했으나, MSB(2.68%)와 VPBank(4.20%)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산 규모의 성장세는 매섭다. 2025년 초까지 자산 1,000억 달러를 돌파한 베트남 내 은행은 BIDV가 유일했으나, 연말 기준 비엣틴뱅크와 아그리뱅크까지 가세하며 총 3개사로 늘어났다. 현지 금융 연구소 관계자는 “자산 규모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베트남 은행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대 은행에 진입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