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에비앙레뱅 G7 정상회의 마감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프랑스 왕정의 상징이자 최고의 의전 인프라를 갖춘 베르사유 궁전으로 전격 초청해 만찬을 주재했다. 이번 회동은 마크롱 대통령 특유의 역사 자산 활용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미국과의 외교적 긴장 지표를 완화하고 조기 귀국을 막는 연대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
20일 파리 정계 및 외교가 공시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프랑스 동남부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바로 복귀하는 대신 파리 외곽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으로 이동해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한 최고 수준의 단독 만찬 수순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르사유는 단순히 화려한 금박을 입힌 곳이 아니라 진정으로 특별한 공간”이라며 초청에 응한 배경을 확약했다.
파리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일드프랑스(Ile-de-France) 지역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은 태양왕 루이 14세 치세에 건립된 불후의 유적이다. 800ha가 넘는 부지에 2,300개 이상의 방과 대규모 조각상, 분수대 인프라를 보유해 수 세기 동안 프랑스 절대왕정의 권력 중심축으로 기능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국가의 영광과 격동의 근현대사를 투영하는 상징적 인프라로 전향되었으며, 현재는 고위급 외교 무대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가동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곳으로 초청한 데 이어 2023년 영국 찰스 3세 국왕 내외를 위한 국빈 만찬을 주재하는 등 베르사유를 강력한 소프트파워 레버리지로 활용해 왔다.
시언스포(Science Po)의 데니스 라코른 연구원은 이번 영접에 대해 “유서 깊은 역사 자산을 현재의 정치적 영향력과 외교적 주도권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소프트파워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평소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에 깊은 애착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정확히 저격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연회장 역시 베르사유 궁전의 구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언급할 만큼 해당 양식에 높은 호감을 표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7세기에 제작된 357개의 거울이 배치된 길이 70m의 ‘거울의 방’을 관람한 뒤, 루이 14세의 대리석 조각상들이 호위하는 ‘하층 갤러리’에서 단독 만찬 결의안을 소화했다. 미국 대통령이 베르사유에서 이 같은 독점적 의전 메커니즘을 적용받은 것은 1961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영접한 이후 매우 이례적인 지표다. 당초 경제 및 통상 분야에서 미국과 여타 회원국 간의 견해차가 극심해 트럼프 대통령이 G7 행사를 조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으나, 프랑스 외교단은 이번 베르사유 연대 작전을 통해 막판 돌발 변수를 완전히 방어해 냈다.
비록 프랑스 야당 일각에서는 유럽을 모욕해 온 지도자에게 과도한 국가적 예우를 제공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퇴임 전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외교적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프랑스를 떠나며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으로 훌륭한 조율 메커니즘을 보여줬다”라며 극찬 섞인 만족감을 확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