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를 대표해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국기가 다른 참가국들과 달리 경기장 잔디 바닥에 닿지 않도록 들린 채로 국민의례를 치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이슬람교의 종교적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국기 문양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한 특별 예외 규정이다.
18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및 현지 스포츠 미디어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대 우루과이의 경기와 16일 열린 이라크 대 노르웨이의 조별리그 경기 전 행사에서 사우디와 이라크의 대형 국기는 지면에서 약 1m 높이로 들린 채 유지됐다. 반면 상대국인 우루과이와 노르웨이의 국기는 평소 지침대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에 의해 잔디밭 위에 넓게 펼쳐졌다.
이 같은 차별화된 조치는 두 나라 국기에 새겨진 이슬람 종교 문구 때문이다. 사우디국기는 녹색 바탕에 이슬람교의 가장 신성한 신앙 고백 구절인 ‘샤하다(Shahada)’가 흰색 아랍어로 적혀 있다. “알라 외에는 신이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다”라는 문구 아래에는 흰색 칼이 그려져 있다. 사우디의 오랜 전통과 헌법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신성한 문구가 들어간 국기는 절대 바닥에 닿거나 물에 젖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국가장 선포 시에도 조기를 게양하지 않는 극소수 국가 중 하나다. 샤하다 문구를 아래로 내리는 것 자체가 불경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FIFA가 참가국 국기를 공인구에 인쇄하려 하자, 사우디 정부는 신성한 구절이 발에 차이는 축구공에 들어갈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해 관철시킨 전례가 있다.
이라크의 경우 디자인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핵심 이유는 일맥상통한다. 이라크 국기는 적색, 백색, 흑색의 3색 단색 배경 중앙에 녹색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우디의 샤하다만큼 절대적인 지위는 아니지만, 이 역시 이슬람 예배와 일상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핵심 기도문이다. 이에 따라 FIFA는 이라크 국기가 축구장 잔디바닥에 직접 접촉해 발생할 수 있는 종교적 모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사우디와 동일한 지상 거치 금지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한편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사우디는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획득에 성공했으나, 이라크는 노르웨이에 1-4로 무릎을 꿇었다. 사우디는 오는 21일 스페인을 상대로 2차전을 치르며, 이라크는 이튿날인 22일 프랑스와 맞붙어 반전을 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