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 구석에 숨겨진 평범한 가정식 백반집이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 북 ‘미쉐린 가이드’의 가성비 맛집 부문인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4년 연속 선정되는 신화를 쓰며 외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현지 외식 업계 및 언론 등에 따르면 하노이 랑하 거리 36번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가정식 전문 식당 ‘써이껌(Xới Cơm)’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한 지 불과 7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식당이 거둔 성과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심사위원단은 “써이껌은 북부 베트남 가정식의 진수를 보여주며, 1980~1990년대 하노이의 옛 정취를 자아내는 복고풍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매일 바뀌는 메뉴는 마늘 공심채 볶음, 파기름 두부 튀김 등 정갈한 시골풍 요리에 집중되어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 아늑한 공간 덕분에 늘 손님으로 붐비므로 방문 전 예약이 필수적”이라고 극찬했다.
이 식당을 이끄는 주인공은 35세의 젊은 사장 레 민 퉁 씨다. 사실 그는 외식업(F&B) 출신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퉁 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집에서 어린 자녀를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도시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만 길들여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가 매일 아침 시장에서 엄선한 신선한 천연 식재료로 만든 베트남 전통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랑하 거리의 옛 아파트 건물 세대를 임차해 1980~1990년대 유행하던 전통 꽃무늬 바닥 타일 등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테이블 15개, 최대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밥집을 열었다.
그러나 초기 2년 동안은 지독한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다. 저녁 시간에 손님이 단 4~5명에 불과한 날이 허다했다. 매일 바뀌는 신선한 제철 식재료라는 원칙 때문에 손님이 없어도 남은 식재료를 전량 폐기해야 했고, 매달 매장 임차료와 직원 5명의 인건비 등 1억5천만에서 1억8천만 동(한화 약 800만~950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감당하느라 막대한 적자를 냈다. 아들이 고생할까 봐 걱정하실 부모님께는 창업 후 3년 동안 이 사실을 비밀로 부치기도 했다. 젊은 층에게 전통 백반이 외면받거나 일반 패스트푸드와 가격 비교를 당할 때면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는 광고에 돈을 쓰는 대신 오직 요리의 품질과 한 분 한 분의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뚝심 있는 전략으로 버텨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은 코로나19가 종식된 2022년부터 걷히기 시작했다. 건강한 먹거리와 원초적인 집밥 감성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점심시간마다 자리가 모자라 하루 평균 130에서 150 테이블의 손님을 치러내고 있다. 써이껌의 절대적인 철칙은 베트남은 물론 유럽, 일본, 미국(USDA)의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을 통과한 100퍼센트 유기농 채소와 검증된 정육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공 조미료나 공업용 소스는 절대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삭힌 누룩(Mẻ)이나 막걸리 식초(Giấm bỗng), 최고급 원액 액젓(Nước mắm cốt)으로만 맛을 내 옛날 손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깔라만시 소스 새우튀김(Tôm sốt quất)’은 독창적인 새콤달콤함으로 브랜드를 알린 일등 공신이다.
퉁 사장은 올해는 미쉐린 가이드의 초청장이 예년보다 열흘이나 늦게 도착해 내부적으로 탈락을 예상하고 부족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있었다며, 4년 연속 선정 소식에 전 직원이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뻐했다고 전했다. 미쉐린 가이드 등재 이후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 고객의 30에서 40퍼센트까지 급증하는 등 폭발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퉁 사장은 무리하게 매장을 확장하거나 테이블 수를 늘릴 생각은 전혀 없다며, 매일 식재료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베트남의 소중한 전통 음식 문화를 젊은 세대와 전 세계에 묵묵히 전파하는 주방을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