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10억 달러급 펀드인 ‘핀 엘리트 펀드(PYN Elite Fund)’가 빈그룹(Vingroup) 계열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전략을 고수하다가 베트남 종합주가지수(VN지수)의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고 시장 평균을 밑도는 성적을 거두었다.
8일 베트남 증권업계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핀 엘리트 펀드는 최근 발표한 5월 투자 보고서에서 한 달간 -2.64%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VN지수가 0.5% 소폭 상승하며 선방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로써 핀 엘리트 펀드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누적 수익률은 -5%로 주저앉았다.
5월 말 기준 핀 엘리트 펀드의 총자산 운용 규모(AUM)는 8억8천만 유로(약 26조5천억 동, 한화 약 10억1천만 달러)에 달한다. 펀드의 상위 10대 투자 종목은 새콤뱅크(STB), 호아팟그룹(HPG), 모바일월드그룹(MWG), FPT, 베트남항공(HVN) 등 기존의 우량주들로 채워졌으며 전월 대비 큰 변동은 없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핀 엘리트 펀드가 장기간 빈그룹 계열 주식에 의미 있는 자산 배분을 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최근 현지 증시에서 빈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시황을 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여러 차례 수행했던 만큼, 이들 종목을 외면한 전략이 전체 펀드 성과가 시장 지수를 따라가지 못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핀 엘리트 펀드는 보고서를 통해 5월 베트남 증시의 상승 동력이 중동 지역의 긴장 지속 속에 급등한 석유·가스 업종인 빈선정제유(BSR, +26%)와 베트남가스공사(GAS, +16%) 등에 의해 주도됐다고 진단했다. 월초에는 정부 지분 매각(민영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형 국영기업들이 장을 이끌었으나, 월말 들어 강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호찌민증권거래소(HOSE) 상장 종목의 3분의 2가 급락세로 마감했다. 금리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으로 인해 시장 거래대금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펀드 측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이 매우 밝은 기업들마저 주가가 하락하는 역설적인 장세가 펼쳐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빈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VN지수의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9.2배에 불과해, 수년 만에 가장 매력적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탄탄한 거시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향후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5월 주요 경제 지표는 견고한 성장세를 증명하고 있다. 올해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등록 자본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9% 급증한 248억 달러를 기록했다.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소매 판매는 11.8% 증가했으며, 특히 식음료 및 관광 서비스 부문은 15.4% 늘어났다. 신규 주문 회복에 힘입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2월 이후 최고치인 52.8포인트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5.6%로 전월보다 소폭 올랐으나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환율 역시 안정세를 보여 달러 대비 동화(USD/VND) 환율은 연초 대비 거의 변동이 없으며, 암시장(자유시장)의 달러 환율이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은행권 환율 수준까지 떨어지며 안정됐다. 아울러 국가 재정 집행의 핵심인 공공투자 지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가운데, 수도 하노이가 1천400여 개 프로젝트의 부지 보상 작업을 가속화하며 59%의 압도적인 집행 증가율을 기록해 향후 경기 부양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