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정부가 공단 근로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임대 주택 공급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임대 주택을 장기적인 안전망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낮은 수익성 개선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베트남 부동산 업계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총연합노동연맹(VGCL) 집계 결과 전국 산업공단 근로자 450만에서 500만 명 중 상당수가 사회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외부의 사설 하숙방을 전전하고 있다. 이들 방의 평균 면적은 10에서 15제곱미터에 불과하며 2에서 4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실정이다. 특히 월세 지출이 노동자 월 소득의 20에서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최근 하노이와 호찌민 시 등 주요 도시의 임대료가 수시로 10퍼센트 이상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한계에 직면했다. 또한 사설 하숙집들의 노후화와 높은 거주 밀도로 인해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레 민 흥 총리는 최근 하노이 시에 임대 주택 모델을 선도적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했으며, 건설부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임대 주택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토지 및 금융 인센티브 제도를 연구 중이다. 부 대 탕 하노이 시장은 기존 분양 중심에서 분양과 임대의 균형 체제로 주택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행 시장 구조상 서민 임대 주택 확대를 막는 rào cản(장벽)이 견고하다고 진형을 분석했다. 베트남 부동산중개인협회(VARS) 부동산연구원의 팜 띠 미엔 부원장은 임대 주택 사업이 분양 사업과 달리 투자금 회수 기간이 15에서 25년으로 매우 길고 수익성이 낮아 정부의 주도적 역할 없이는 민간 자본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안 반 빈 CEO그룹 회장 역시 현재 베트남의 주택 임대 수익률은 연 2에서 4퍼센트 수준으로 주변국(5~7퍼센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반면,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 대출 금리는 연 10에서 12퍼센트에 달해 ‘돈은 뭉칫돈으로 쓰고 수입은 푼돈으로 거두는’ 기형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빈 회장은 시장의 전문화를 위해 중앙은행 차원의 재할인 금융 도입과 만기 20에서 25년짜리 장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 소요를 제안했다.
정책적 대안으로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엔 부원장은 한국의 경우 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국가 도시기금과 장기 금융 수단을 활용,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저소득층에게 20에서 30년 동안 장기 임대하는 국가 주도형 모델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독일은 지역 당국이 표준 임대료 공시제(Mietspiegel)를 시행해 임대료의 무분별한 인상을 엄격히 통제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해지를 금지해 임차인이 안심하고 장기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VARS 연구원은 계약 조건 변동이나 갑작스러운 퇴거 요구, 열악한 주거 환경 노출 등 늘 약자의 위치에 놓이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의 사례처럼 임대차 계약 기준, 임대료 인상 폭 제한, 주택 품질 표준 등을 명시한 별도의 ‘임대 주택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국가 정책 당국에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