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1인당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전 세계 188개국 중 185위에 머무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20개국 중 하나였던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Đổi mới·개방)’ 선언 이후 40년 만에 ‘용이 날아오르는(Thăng Long)’ 듯한 경이로운 초고속 성장을 일궈내며 글로벌 경제 무대의 핵심 공급망 거점으로 우뚝 섰다.
27일 베트남 기획투자부와 거시경제 학계가 공시한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 도이모이 40주년 이론·실천 총괄 보고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초반 중앙집중형 계획경제 체제의 모순과 고립으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던 베트남은 지난 2016년부터 2025년까지의 최근 10년 경제 주기 동안 GDP 규모를 두 배 가까이 급팽창시키며 5천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도이모이 초기 수백 달러 수준에서 현재 5천 달러 고지를 넘어서며 완연한 중진국 반열에 안착했다.
베트남 학계는 이 같은 기적적인 우상향 그래프의 변곡점으로 1986년 12월 제6차 전당대회를 꼽는다. 당시 베트남 수뇌부는 과거 관료주의적 배급제의 구조적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과감한 대외 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을 단행했다. 응우옌 딘 꿍 전 중앙경제관리연구원(CIEM) 원장은 인터뷰에서 “도이모이는 기존의 낡은 도그마를 깨부수고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한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도이모이 직후인 1987년 첫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하며 시동을 걸었으나, 곧바로 연간 700%를 초과하는 가혹한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 국면에 직면했다. 당시 국가 금융 당국은 월 9%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예금 금리를 물가보다 높게 설정하는 ‘플러스(+) 실질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트남 외교 자산의 핵심 원로인 응우옌 마이 교수는 “당시 베트남은 자체 화폐 인쇄 기술이 없어 소련에 대행을 맡기느라 15%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라며 “이에 정부가 예금 금리를 물가보다 3%포인트 높은 12%로 전격 조율하면서 시중 자금을 저축으로 유도했고, 통화 발행 압력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5%대로 극적인 하향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거시경제 방파제를 다진 베트남은 1991년 호치민시에서 열린 국제투자포럼을 통해 외자 기업의 자산을 국가가 몰수하거나 징수하지 않는다는 헌법 개정 조항을 공표하며 글로벌 자본 유입의 안전판을 구축했다.
이러한 개방 드라이브는 전례 없는 무역 영토 확장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의 금수 조치에 묶여 있던 고립국에서 탈피해 전 세계 60여 개국과 17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무역 허브로 거듭났다. 현재 베트남은 세계 32대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교역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부문 상위 20개국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과거 식량 부족국에서 세계 최대 쌀·전자제품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경제 체질의 고도화다. 과거 교량, 도로, 산업단지 등 대형 인프라 공정을 전적으로 해외 자본과 기술에 의존했던 베트남은 이제 빈그룹(Vingroup), 선그룹(Sun Group), 화팟(Hoa Phat) 등 자국 민간 대기업들이 대형 국책 사업을 직접 시공하고 가동할 만큼 독자적인 기술 자산을 확보했다. 특히 국영 통신사 비엔텔(Viettel)과 전력공사(EVN), 석유가스공사(PVN) 등이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넓힌 데 이어, 빈그룹은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및 전기버스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매년 500만~6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과학상인 ‘빈퓨처(VinFuture) 시상식’을 주최하는 등 하이엔드 테크 영역까지 진출했다.
베트남의 독자적 외교 노선과 경제 실적 지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굳건하다. 이달 초 하노이를 공식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하노이의 옛 이름인 ‘탕롱(Thăng Long·비상하는 용)’처럼 베트남은 경이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베트남은 독자적인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매트릭스로 안착했다”고 극찬하며 양국 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확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