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단톡방과 이메일을 통해 업무 지시가 내려지는 ’24시간 상시 연결’ 사회가 고착화되면서, 베트남 일선 오피스 노동자들 사이에서 퇴근 후 업무와 전면 분리될 수 있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공식 보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베트남 노총 및 인사관리(HR) 업계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소재 일본계 제조 대기업에서 세일즈 부문을 총괄하는 하 푸엉 안(37) 과장은 지난 2021년 입사 이후 5년째 매일 오후 5시 퇴근 직후 휴대폰과 이메일 계정을 로그아웃하는 철칙을 유지하고 있다. 안 과장은 업무 시간 내에 모든 KPI와 할당 업무를 전면 완수하는 대신 퇴근 이후의 자산 시간은 요가와 어학 공부 등 철저한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투자하고 있다. 안 과장은 “정시 퇴근이 나태함이나 책임감 부족을 의미하지 않으며, 사무실에 늦게까지 앉아 있다고 해서 업무 효율이 높다는 뜻도 아니다”라며 “회사 측에서 실시간 성과 지표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직장과 개인 삶의 한계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회사 수뇌부인 일본인 총괄 이사 역시 이러한 안 과장의 효율적 업무 스타일을 인정해 1년 넘게 초과 근무(OT)를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부서 가이드라인을 보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물류(logistics), 서비스 등 고객 대응이 필수적인 일부 직군에서는 이 같은 연결 차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푸토성 소재 한 리조트 기업에서 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응옥 람 씨는 입사 당시 인사팀으로부터 “업무 시간 외에는 물론 밤낮을 가리지 말고 전화를 받아야 하며, 부재중 전화가 있으면 즉시 콜백하라”는 의무 지침을 받았다. 람 씨는 첫 휴가를 떠난 중부 해변 휴양지에서도 빗발치는 긴급 연락과 언론 대응 때문에 사흘 내내 해변과 호텔 방에서 노트북을 붙잡고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며, 상시 온라인 대기 상태가 유발하는 정신적 피로감을 토로했다. 결국 람 씨는 유선 연락망이 원천 차단되는 깊은 산악 지대로 트레킹을 떠나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만 제한적으로 연결을 끊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번아웃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본지가 독자 9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업무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전수 실사한 결과, 응답자의 23%가 ‘휴일과 퇴근 후에도 24시간 내내 업무와 연결되어 있는 점’을 꼽았으며, 20%는 지속적인 마감 시한(deadline) 압박을 선택했다. 정신적 불통 문화를 지적한 비율이 11%였고, 무려 46%의 노동자는 이 모든 유해 요인을 동시에 겪으며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코콕(Coc Coc)과 ‘비엑람 24시’가 공동 발의한 2026년도 초반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서도 노동자의 77%가 ‘급여 수준을 낮추더라도 건강한 근무 환경과 정신 안녕을 보장하는 기업으로 이직할 용의가 있다’고 답해, 젊은 세대일수록 환경의 건전성을 최우선 자산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거부해도 인사상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조례 개정 및 법제화를 완료한 상태다. 반면 베트남의 현행 2019년 개정 노동법 체제 하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용어가 아직 명문화되지 않아, 초과 업무 처리가 전적으로 노사 간의 사적 합의나 기업 조례에 위임되어 있다.
베트남 노동총연맹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노동의 유연성을 높였지만,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을 업무 매트릭스 속에 상시 구속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라며 “진정한 노동자 권익 보호는 급여나 성과급 조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정 근무 시간을 준수하고 온전한 휴식권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공동(X) 노동조합 역시 노동자들이 과도한 연락 압박으로 정신적 고비를 겪을 경우 이를 인사부서에 적극 리포트하고, 기업 경영진과의 단체 교섭을 통해 퇴근 후 불필요한 단톡방 호출을 제한하는 문화 조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