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해경국 소속 대형 해경선이 남중국해 북부 대만 실효 지배 영토인 프라타스 제도(Pratas Islands, 동사군도) 해역에 진입해 대만 해경 당국과 일촉즉발의 고강도 무전 설전을 벌인 끝에 만 하루 만에 퇴거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직후 대만 해역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적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발생한 정면 대치여서 아시아-태평양 해역의 전운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24일 밤 대만 해경공서(해양경찰)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 해경 당국은 지난 23일 프라타스 제도 영해 인근으로 고속 접근하는 중국 해경선 ‘CCG 3501호’를 전격 포착했다. 이에 대만 당국은 관내에 대기 중이던 대형 순찰선 ‘타이중(Taichung·대중)호’를 긴급 출격시켜 차단 기동에 나섰으며, 양측 선박은 물리적 충돌 직전의 긴장감 속에서 무선 통신을 통해 날 선 설전을 전개했다.
영해 인근에 정박한 중국 해경 CCG 3501호 측은 무전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 중국의 합법적인 주권과 관할권이 미치는 동사군도 해역에서 정례적인 해상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대만 측은 즉각 아군의 임무 수행에 대한 간섭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만 타이중호 승조원들은 즉각 중국 해경선의 침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침로를 돌릴 것을 명령했다. 대만 해경은 무전으로 “중국 해경선은 즉각 뱃머리를 돌려 회항하고, 이 해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대만 해경 요원들은 무전기를 통해 중국 측에 “당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조국에 봉사하는 올바른 길이다”라는 이례적인 정치적 압박 멘트까지 날리며 정면 응수했다.
대만 해경공서는 대치 국면이 이어지던 중 중국 해경선이 대치 하루 만인 24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프라타스 제도 관할 해역을 완전히 빠져나가 중국 본토 방향으로 퇴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만 해경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해경이 사용한 관할권 및 주권 표현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극히 이례적으로 거칠고 공격적이었으며, 프라타스 인근 영해선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장시간 정박을 감행한 점 역시 매우 이례적인 위협 고조 행위”라고 전장 상황을 평가했다.
중국의 대만을 향한 동시다발적 해상 도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 해경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도 대만 본섬 인근 해역에 무단 진입한 중국의 해양조사선 ‘통지(Tongji)호’를 강제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통지호의 무단 진입은 이번 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중국 군부 소속의 대형 정찰용 무인기(드론)가 프라타스 제도 상공을 일시적으로 침범해 대만 공군이 긴급 출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해군·해경 세력의 대규모 전진 배치는 서태평양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대만 국가안전회의(NSC)의 오소섭(우자오셰) 비서장(장관급)은 지난 23일 자신의 공식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현재 일본 오키나와 해역부터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1열도선’ 일대에 중국 군함 및 관공선 100여 척이 대거 집결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정밀 군사 첩보를 전격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번 대치 상황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압박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을 공식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의 개입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바 있다. 이에 대만 총통부와 국방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중국의 추가적인 대규모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전 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서태평양 전 해역의 감시망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