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기자전거와 소형 전기오토바이를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고속 이동 수단으로 불법 개조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공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가솔린 오토바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 허점을 노린 불법 튜닝이 성행하자 당국이 전방위적인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22일 베트남 경찰당국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부 흥옌(Hung Yen)성의 한 도로를 시속 80~85km로 주행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경악할 만한 영상이 포착됐다. 번호판도 달지 않고 헬멧조차 쓰지 않은 한 어린 학생이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차량을 추월해 멀어져 간 것이다. 주변 차량의 속도와 비교했을 때 해당 전기오토바이의 속도는 최소 시속 90~100km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도로교통질서안전법에 따르면 전기오토바이는 최대 설계 속도가 시속 50km 이하, 모터 출력이 4kW 이하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학생용 표준 제품들 역시 시속 45~60km 수준으로 제한 장치가 걸려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영상 속 차량이 시속 100km 가깝게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핵심 부품을 임의로 손댄 ‘불법 개조(Độ xe)’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현지 정비사들에 따르면 전기차량은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개조가 훨씬 용이하다. 기존 가솔린 오토바이의 출력을 높이려면 피스톤, 캠샤프트, 엔진 제어 장치(ECU), 배기 시스템 등을 통째로 뜯어고쳐야 해 막대한 비용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모터, 컨트롤러가 핵심 구성품의 전부다. 최고 속도 제한 소프트웨어를 해제하거나, 전류 공급을 늘려주는 고출력 전자 컨트롤러로 교체하고, 고전압 배터리를 추가로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가속력과 최고 속도를 몇 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망의 사각지대를 노린 불법 튜닝 부품 밀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단돈 몇 백만 동(100만 동=약 38달러)이면 속도를 무제한으로 올려주겠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심지어 쇼피(Shopee)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고전압 배터리와 모터 키트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어, 청소년들이 온라인 동영상을 보고 집에서 스스로 조립하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도한 출력 상승이 차량의 구조적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애초에 시속 40~50km 주행에 맞춰 설계된 가벼운 차체 프레임과 브레이크 시스템, 타이어는 시속 100km의 압박과 제동 거리를 감당할 수 없다. 고부하 운전 시 배터리가 과열되면서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며, 실제로 최근 호찌민시 등지에서는 불법 개조된 전기자전거 배터리 팩이 폭발해 전소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회 차원에서도 강력한 규제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월 11일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호앙 두이 찐(Hoang Duy Chinh) 민족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은 일선 정비소와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전기차량 불법 개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긴급 조치를 촉구했다.
찐 부위원장은 “많은 부모가 자녀의 등하교를 위해 전기자전거를 사주지만, 학생들이 정비소로 차량을 가져가 컨트롤러를 바꾸고 불법 배터리를 추가해 폭주를 일삼고 있다”라며 “단속 현장에서는 정체불명의 추가 배터리 팩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으며, 특히 관리 감독이 소홀한 농촌과 외곽 지역에서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시급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에 전기차량 개조 시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구조적 안전 기준을 전면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베트남 정부령(시행령 제168호)에 따르면 차량의 프레임, 엔진, 외형 등 기술적 특성을 무단으로 변경하다 적발될 경우 개인에게 400만~600만 동(약 150~230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차량을 원래 상태로 강제 원상복구 해야 한다. 교통경찰 당국은 청소년들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 정비소들을 대상으로 기습 단속을 전개하는 한편, 불법 개조 차량의 도로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상시 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