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기술 국산화 속도전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50대 스타트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시 역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도시 명단에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동남아시아의 차세대 테크 허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22일 베트남 과학기술부 및 글로벌 스타트업 연구 기관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26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Global Startup Ecosystem Index 2026)’에서 베트남은 전년 대비 5계단 상승한 세계 50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해당 지수가 매년 발간되기 시작한 이래 베트남이 거둔 역대 최고 순위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는 전 세계 국가와 주요 도시들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활동 규모, 비즈니스 환경, 생태계의 질적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스타트업블링크는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글로벌 21~50위 권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태계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구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선두권 허브 도시들보다 평균 성장률이 월등히 높다. 보고서는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베트남과 태국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국가로 집중 조명했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는 약 4,000개의 스타트업이 활발히 활동 중이며, 이들을 뒷받침하는 투자 기금(펀드) 208개, 보육 기관(인큐베이터) 84개, 그리고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센터 20여 곳이 촘촘한 가치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별 평가에서는 호찌민시의 도약이 돋보였다. 호찌민시는 전년보다 무려 12계단 수직 상승하며 세계 98위에 랭크돼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도시에 진입했다. 스타트업블링크는 호찌민시가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성숙도 측면을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핀테크(세계 60위)와 블록체인(세계 70위)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기존 3대 테크 허브 중심의 생태계가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보고서에는 북부 최대 항구 도시이자 물류 중심지인 하이퐁(Hai Phong)이 사상 최초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도시에 진입(세계 1,000대 생태계 진입)하면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베트남 도시는 총 4곳으로 늘어났다. 미식 및 기술 전문가들은 혁신 생태계의 중심축이 단순 대도시 소비 시장에서 제조업, 물류, 중공업 등 실질적인 산업 인프라를 갖춘 지방 거점 도시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실은 베트남 지도부가 공동 번영을 위해 추진 중인 강력한 청렴 기술 드라이브가 밑바탕이 됐다. 베트남은 현재 정치국 ‘결의문 제57-NQ/TW호’에 의거해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부는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 국가 전략 기술을 우대 지원하기 위한 법적 메커니즘을 정부에 건의해 관철해 왔다.
특히 ‘과학기술혁신법 2025’의 제정을 통해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전략 기술’과 ‘전략 기술 제품’이라는 명확한 법적 개념이 입법화됐다. 이 법안에 근거해 총리는 최근 ‘결정문 제21/2026/QD-TTg호’를 발행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디자인 및 제조, 양자 기술, 로봇 공학, 저궤도 위성, 그린 수소, 핵심 디지털 인프라 등 10대 국가 전략 기술 그룹 및 우선 지원 제품 목록을 최종 확정했다.
올해 수립된 결의문 57호의 2026년 구체적 액션 플랜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연내 전국의 혁신 스타트업 수를 전년 대비 30% 이상 증대시키고, 주요 대학 및 정부 산하 연구소로부터 최소 30~50개의 기술 스핀오프(학내 벤처 분사) 기업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하노이, 다낭, 호찌민시에 설립 중인 3대 국립 혁신스타트업센터 구축을 완수할 예정이다.
더불어 베트남 정부는 국가 전략 기술 제품 중 반도체 칩, 5G 네트워크 장비, 산업용 로봇, 실용 AI 애플리케이션, 무인항공기(UAV) 등 최소 5개 이상의 핵심 제품을 민간 시장에 조기 상용화(Commercialization)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첨단 기술을 규제 없이 마음껏 테스트하고 배치할 수 있는 ‘기술 규제 샌드박스(Sandbox)’ 시범 모델도 전격 도입해 민간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