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거센 홍수가 지나간 뒤, 꽝응아이(Quảng Ngãi)성 짜강은 바다로 흘러가기 전 강변에 두터운 부조물(fluvial silt)을 남겨놓는다. 길게 뻗은 이 비옥한 퇴적층은 현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비옥한 땅을 찾아 전 국토를 떠도는 이른바 ‘유목 농민’들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27일 꽝응아이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짜강 변 쯔엉꽝쫑(Trương Quang Trọng)동 일대에는 수 헥타르(ha)에 달하는 수박밭에서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모종을 심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부조물이 섞인 모래 땅은 농민들 사이에서 ‘황금 땅’이라 불릴 만큼 생산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빈쯔엉(Bình Chương)현 출신의 레 반 호이(59) 씨 부부는 벌써 20년째 이런 ‘유목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2월 중순이면 고향을 떠나 짜강 변의 땅을 빌려 수박을 심는다. 이곳에서 8월까지 두 차례 수확을 마치면, 이들은 다시 닥락(Đắk Lắk) 등 중부 고원지대로 이동해 새로운 농사를 시작한다. 호이 씨는 “1년 중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밭에서 먹고 자는 시간이 더 많다”며 “땅을 따라 전국을 떠도는 삶”이라고 전했다.
수박 농사는 짧은 기간에 수확이 가능하지만,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1ha당 투자비용만 1억 8,000만~2억 동(약 1,000만 원 내외)에 달하며, 씨앗부터 관수 시스템까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특히 꽝응아이산 수박은 주로 중국 수출용이라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크다. 상인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한 해 농사의 성패가 갈리다 보니 농민들은 수확철마다 ‘숨을 죽이며’ 시장 상황을 살핀다.
30년 경력의 팜 떤 부(65) 씨는 “1kg당 가격이 4,000~5,000동 이상은 되어야 이익이 남는다”며 “최근에는 자동 관수 시스템 덕분에 일손은 줄었지만 여전히 날씨와 가격이라는 큰 변수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들판은 곧 집이다. 농민들은 밭 한가운데 비닐 천막을 치고 24시간 상주하며 작물을 돌본다. 빈쯔엉현의 많은 가구들이 이처럼 매년 짜강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푸옌, 지아라이, 람동, 심지어 남부 메콩델타까지 이동한다. 고향 땅은 몇 번 농사를 지으면 지력이 다하지만, 매년 새로운 부조물이 쌓이는 강변 땅은 수박 농사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짜강 변 사구에는 농민들의 희망을 담은 초록빛 수박 넝쿨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밭을 일구는 이들의 땀방울은 비옥한 토양과 만나 매일같이 굵직한 결실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