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대학가 전공 선택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단순 코딩이나 통계 분석 같은 기술적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학생들이 ‘AI 대체 불가능한’ 전공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과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조세핀 팀퍼먼(20)은 최근 비즈니스 분석 전공을 마케팅으로 변경했다. 당초 취업에 유리할 것으로 보였던 데이터 분석 기술이 AI에 의해 자동화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팀퍼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인 대인관계 기술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70%가 AI를 자신의 취업 전망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기술직이나 직업 전문 분야 전공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불안감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은 AI를 배우면서도 동시에 AI에 의해 대체될 것을 우려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보건 의료나 자연과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AI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통적인 취업 보증수표였던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한 벤 아이바(22)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직에 50곳 이상 지원했으나 단 한 차례의 면접 기회도 얻지 못했다. 그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동시에 AI 기술을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는 AI 컨설팅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기술 자체보다 복잡한 기술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더 가치 있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데이터 과학 전공자 에바 로리스는 자신의 전공이 졸업 시점에도 유효할지 의구심을 느끼며 부전공인 미술로 전공을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다. 그는 데이터 과학자가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직군이라 안전하다는 조언과 취업 시장이 암울하다는 보고서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할 교수나 조언자들도 확실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고등교육 미래 토론회에서 크리스티나 팩슨 브라운 대학교 총장은 학생들이 향후 10~30년 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은 자바 코딩을 배우는 것보다 소통 능력과 비판적 사고 같은 교양 교육의 기본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전공 변경은 흔했지만 이처럼 많은 학생이 AI라는 단일한 기술적 요인 때문에 진로를 바꾸는 현상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교육 체계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면서 대학생들은 지도도 없이 미지의 시장을 항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