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대규모 국가 인프라 사업인 도시철도 및 고속철도 건설을 앞두고, FPT와 호아팟 등 베트남 대표 기업들이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국내 기업 연합체’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열린 FPT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쯔엉 자 빈 이사회 의장은 철도 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재계 리더들과의 협력 체계 구축 사실을 공개했다.
FPT의 팜 민 뚜안 부사장은 현재 베트남이 추진 중인 최소 37개의 도시철도 및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단순한 건설 사업을 넘어 ‘국가 안보 및 기술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 교통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FPT가 철도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와 제어 시스템을 담당함으로써 국가 기간망의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핵심 제어권은 국내 기술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쯔엉 자 빈 의장은 철도 국산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응우옌 바 즈엉(전 코텍콘 회장), 쩐 딩 롱(호아팟 그룹 의장), 찐 띠엔 중(다이중 그룹 회장) 등 각 분야의 거물들과 이미 심도 있는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연합군 내에서 각 기업은 전문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호아팟은 철강 및 궤도 건설을, 다이중 그룹은 철골 구조물과 인프라를, FPT는 시스템 운영 소프트웨어와 AI 제어 기술을 맡는 방식이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도 강국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적 경쟁)’ 전략을 내세웠다.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기초 기술은 계승하되, FPT의 강점인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접목해 열차 운행 속도를 최적화하고 유지보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FPT 측은 “베트남 국내 시장은 시작일 뿐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연합군의 기술력과 실적(Track Record)을 바탕으로, 현대적 철도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동반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베트남 재계를 대표하는 ‘대장부’들의 이번 연대 결성이 베트남 철도 산업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