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났으나,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은 여전히 극도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해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해협을 장악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선박들의 이동이 ‘통제된 흐름’에 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유조선 통행 허가에 있어 매우 불성실하며 정직하지 못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그는 이란이 통과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첩보를 언급하며 “우리가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실질적인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에 따르면 휴전 직후인 8일과 9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각각 6척과 3척에 불과했다. 이는 분쟁 전 하루 평균 130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나 다름없다.
통행이 재개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새롭게 공고한 해상 지도 때문이다. 이란은 기존 항로에 기뢰가 매설되어 있다며 자신들이 지정한 새로운 경로로만 이동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 항로는 이란 해군 기지와 매우 인접해 있어 테헤란 당국이 선박들을 손쉽게 감시하고 통행료를 압박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해상 보험사들의 신중한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 대다수 선박은 보험사가 위험 평가를 마친 후 보증을 승인해야 움직일 수 있는데,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휴전 소식에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 다시 100달러 선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통행료 징수 프로그램이 완성되고 미국 및 유럽의 테러 지원 단체 결제 금지 규정 등 법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물동량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급등과 공급망 중단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전격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이번 분쟁이 세계 경제에 긴 ‘흉터’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하며, 전쟁 피해국들의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최대 50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식량 안보 위기에 처한 4,500만 명을 돕기 위한 별도의 지원 계획도 검토 중이다.
현재 해협 인근에는 약 800여 척의 선박이 여전히 억류되거나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더라도 지역 내 원유 채굴 및 가공 시설의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