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스턴에서 온 3대 가족이 하노이의 복잡한 골목길을 전기 자전거로 누비며 현지인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드는 이색 여행을 즐겨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관광업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에릭 르골(Eric Legault) 씨 일가족 7명은 지난달 초 하노이를 방문해 전통적인 관광 명소 대신 좁은 골목과 재래시장을 탐방하는 ‘체험형 여행’을 즐겼다.
이들은 1972년 격추된 B-52 폭격기 잔해가 보존된 흐우띠엡(Hữu Tiệp) 호수를 방문해 베트남의 역사를 배우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특히 가족들은 호수 옆 재래시장에서 직접 베트남 화폐를 들고 사찰에 올릴 제물을 구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에릭 씨는 “야외에서 고기와 채소를 팔고 그 사이로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광경은 미국에서 볼 수 없는 생경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정의 백미는 하노이 특유의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 주행이었다. 자전거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과 연속되는 급커브 구간에서 가족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현지인들의 이동 방식을 직접 체험했다. 손자 브랜슨 군은 “벽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집중해야 했던 순간들이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도로 위 무질서한 교통 흐름도 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에릭 씨의 아내 크리스 씨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니 오히려 도전적인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브랜슨 군은 “미국과 달리 보행자보다 차량이 우선인 점과 신호 위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는 솔직한 관찰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여정의 마무리로 은퇴 의사인 응우옌 티 우옌(Nguyễn Thị Uyên, 68세) 씨의 가정을 방문해 소박한 베트남 가정식을 함께 나눴다. 삶은 채소, 두부 토마토 소스 조림, 돼지고기 차슈 등으로 차려진 밥상에서 가족들은 호텔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환대와 베트남 가정의 역사를 직접 접했다. 가족의 어르신인 척 씨는 “현지인의 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한 것이 이번 여행 중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투어를 기획한 베트남 이바이크 트래블(Vietnam E-Bike Travel) 측은 “국제 관광객들은 이제 자신과 지역 사회 모두에 가치를 주는 여행을 원한다”며 “골목길이라는 평범한 공간이 외국인들에게는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특별한 장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러한 심층 체험형 관광 상품을 더욱 확대 개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