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연속 적자에도
베트남 성형안과 학회를
세웠습니다!
사명감 없이는 오지 마십시오”
– 호찌민 김안과병원 –
2020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막 날개를 펴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4년간의 사전 조사, 1년여의 현지 거주, 그리고 마침내 호찌민 (Ho Chi Minh City) 푸미흥 (Phu My Hung) 한복판에 연 안과병원. 한국을 대표하는 안과 전문병원 김안과병원(Kim Eye Hospital)의 이름을 달고 베트남에 뿌리를 내리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코로나19 (COVID-19)가 세상을 멈춰 세웠고, 병원은 두 차례 이전을 거쳤으며, 경영 적자는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올해 베트남 성형안과 (Oculoplastic Surgery) 학회를 창립했고, 하노이 (Hanoi)와 호찌민을 오가며 강단에 서고 있다. 씬짜오베트남이 호찌민시 (Ho Chi Minh City) 2군 (District 2)의 새 병원에서 김성주 원장을 다시 만났다.
5년 만의 재회입니다. 스스로 어떻게 돌아보십니까?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꿈에 부풀었던 개원 초기를 지나 코로나를 맞았고, 두 번의 병원 이전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는 무료로 교민 상담과 약품 지원을 하며 김안과병원의 봉사 정신을 이어가려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경영 적자가 이어져 현재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담담한 어조였지만, 그 말 속에는 적지 않은 무게가 담겨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과 전문병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이국 땅에서 버텨온 8년. 그가 처음 베트남 땅을 밟은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원 전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모든 의료 행위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입니다. 병원을 이전할 때마다 새로운 인허가를 처음부터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베트남 의료 정책과 의료법은 매년 바뀌고, 외국인 의사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제 전공인 성형안과(Oculoplastic Surgery)와 백내장(Cataract) 수술 인허가를 받는 데만 무려 4년이 걸렸습니다.”
대부분의 외국계 병원이 합작 법인이나 현지 의사 고용 방식을 택하는 이유가 바로 그 장벽 때문이다. 그런데 김 원장은 직접 베트남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웃음을 지었다.
“김안과병원은 안과 의사만 50명인 국내 최대 규모의 안과 전문병원입니다. 처음에는 여러 의사가 교대로 근무하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면허를 따기로 했지요. 그런데 면허 취득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결국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1~2명의 한국 안과 의사와 현지 베트남 안과 의사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기여할 수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베트남을 선택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기여’의 의미가 6년이 지난 지금도 같습니까?
“기여란 베품입니다.”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김안과병원은 캄보디아(Cambodia)와 몽고(Mongolia)에 안과병원을 세우고 운영을 지원해 왔다. 코이카(KOICA)와 합작으로 설립한 캄보디아 국립안과병원(Cambodia National Eye Hospital)은 코이카 역사상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민관합작(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 원장은 그 경험을 이어받아 다음 목적지로 베트남을 골랐다.
“무상 진료보다는 현지 의사 교육과 교민 진료라는 사명감, 그리고 베트남에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성형안과를 알리고 기술을 전수하며, 궁극적으로 베트남 성형안과 학회를 창립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8년 내내 적자를 보았지만, 올해 드디어 베트남 성형안과 학회(Vietnam Society of Oculoplastic Surgery)를 창립했습니다.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군(District 7) 푸미흥에서 2군으로 병원을
옮기셨습니다. 어떤 이유였습니까?
“당시 준종합병원(Polyclinic) 형태의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하고 안과 전문병원으로 전환했습니다. 규모도 줄었고, 보다 많은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는 지역인 2군을 선택했습니다.”
이전 후 환자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체 환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외국인 성형안과 수술 환자가 늘었다. 다만 푸미흥에서 진료를 받던 한인 교민들의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고 그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많은 원망을 들었습니다”라며 그는 웃었다.

하노이 국립안과병원 (VNIO, Vietnam National Institute of Ophthalmology)과의 협력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 1월 베트남 성형안과 학회 창립식에 초대받았을 때 현지 의사들에게 많은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하노이 국립안과뿐 아니라 호찌민 의과대학(University of Medicine and Pharmacy HCMC) 등 여러 기관과 협약을 맺어, 현지 의사들을 한국 김안과병원으로 보내 무료로 트레이닝시키는 프로그램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강의 요청을 받아 베트남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애초부터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했다.
“한국의 선진 의료를 알리고, 베트남 안과 의사를 교육하여 궁극적으로 베트남 헬스케어(healthcare)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 – 그것이 제가 이 땅에 온 이유입니다.”
한국 본원과 연결된 원격 협진 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합니까?
“한국 김안과병원과 동일한 전자차트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필요할 경우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제가 전문으로 하지 않는 분야는 한국의 협진 의사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호찌민 김안과에는 전문의 한 명이 진료하지만, 그 뒤에는 50명의 한국 의료진이 백업(Backup)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보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진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호찌민에도 안과 진료를 제공하는 대형 종합병원과 전문 클리닉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지 의료기관들과는 어떻게 차별화됩니까?
그는 솔직했다.“호찌민에도 안과 진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의료기관들이 있습니다만, 김안과병원은 수십 년간 안과 단일 분야에만 집중해 온 전문병원인 만큼, 장비·술기·임상 경험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을 자부합니다.”
진료비가 다른 현지 병원보다 높다는 사실도 그는 인정한다.
“진료비의 경우, 올해부터 기본 진료비를 50% 인하해 약 30달러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 현지 병원보다는 높지만 다른 외국계 안과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며, 무엇보다 정확한 검사와 안전한 수술,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진료를 한국어로 편안하게 받으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눈은 한 번 잘못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비용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을 우선에 두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지 베트남 의사 교육의 성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습니까?
“현재 함께 근무하는 베트남 안과 선생님이 있습니다. 거의 1년간 교육을 받고 전문의가 됐습니다. 처음 함께 진료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 전공의에 비해 진료와 지식 수준이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모든 환자를 저와 함께 보면서 지금은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지식 모두 한국 안과 전문의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안심하고 진료를 받으셔도 될 정도입니다. 앞으로 한국 김안과병원으로 연수를 보낼 예정이고, 그 후에는 베트남 최고의 안과 의사 중 한 명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10개 도시에 병원을 추가 개원하겠다는 포부를 예전에 밝히신 바 있습니다. 지금도 유효합니까?
“베트남을 잘 몰랐을 때 한 말입니다. 취소하고 싶습니다.”
그는 크게 웃었다.
“더 이상의 적자도 곤란하고요. 병원 추가 개원보다는 지역 의사 교육에 더 힘쓰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호찌민 교민들이 눈 건강 관리에서 가장 소홀히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강렬한 태양입니다. 자외선(UV)은 피부뿐만 아니라 모든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백내장(Cataract), 황반변성 (Macular Degeneration) 등의 원인이 되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외출 시, 특히 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실 때는 반드시 선글라스(Sunglasses)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또 호찌민의 다양한 식물로 인한 알레르기(Allergy)도 안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니, 눈 증상이 나타나면 꼭 병원을 방문해 주십시오.”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는 다른 한국 의료기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그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사명감 없이는 오지 마십시오. 의료 인허가 문제, 경영 문제, 한국 의사 고용에 따른 고비용 저수입 구조를 견뎌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돈을 벌러 오겠다는 생각이라면 재고하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교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질병은 반드시 초기에 치료받아야 합니다. ‘괜찮겠지’ 하고 병을 키우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안과뿐만 아니라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약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호찌민 교민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8년 적자. 두 번의 이전. 그럼에도 그는 베트남 성형안과 학회를 세웠고, 오늘도 진료실 불을 켠다.
수익보다 사명이 앞선 의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