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베트남 현지 직장인들 사이에서 알고리즘에 맞춘 끊임없는 수정 작업과 피드백 혼선으로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이른바 ‘AI 브레인 프라이(AI Brain Fry)’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민 프엉(26) 씨는 AI 피드백 시스템의 지시에 맞춰 20차례 가까이 원고를 수정하다 3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호찌민시의 이벤트 매니저 홍 아인(29) 씨 역시 AI로 초안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데 10분이 걸렸으나 이를 다듬는 데 4시간이 소요됐으며, 상사가 다른 AI 검토 도구의 보고서를 토대로 상충되는 피드백을 보내오면서 무한 수정의 굴레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직원들은 AI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관리자는 또 다른 AI로 이를 평가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있다. 하노이의 부서장 당 띠엔(35) 씨는 직원들의 보고서를 검토하기 위해 여러 유료 AI 플랫폼을 도입했으나, 도구마다 제각각 다른 피드백을 제시해 이를 조정하는 데 배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업워크 연구소(Upwork Research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7%가 AI 도입으로 오히려 업무량이 늘었다고 느꼈으며, 47%는 AI를 통해 목표 생산성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2026년 초 발표한 공동 연구에서도 미국 노동자의 14%,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종사자의 26%가 AI 과도 사용에 따른 정신적 피로 상태인 ‘AI 브레인 프라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및 교육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무분별한 의존과 주체적 비판 사고의 결여를 핵심 원인으로 지적했다. 호찌민시 아텍(Aptech) 국제 소프트웨어 교육 시스템의 쭈 투언 아인(Chu Tuan Anh) 이사는 AI가 노동을 해방하기 위해 설계됐으나 잘못 관리될 경우 인간의 지력을 고갈시키는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FPT 스마트 클라우드의 르 딘 두이(Lê Dinh Duy) GenAI 제품 센터 부국장 역시 직원과 관리자 모두 사유 과정 없이 AI에 작성을 맡기고 평가까지 위임하면서 아무도 콘텐츠에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AI 활용 시 독립적인 데이터 검증, 수정 횟수 제한(최대 2회), 직원에게 1.5배의 검토 시간 부여, 프롬프트 작성 전 5분간 스스로 구상하기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낭의 마케팅 전문가 황 남(30) 씨는 AI의 피드백 오류에 대해 현장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응해 전략을 지켜냈다며, 입력값을 스스로 통제하고 주체적 판단을 유지해야 AI가 생산성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