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컨테이너선이 오는 22일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첫 시범 운항에 나선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브리핑을 열어 “북극항로 시범 운항 선박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신항 3부두에서 출항하고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운항을 한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며, 컨테이너선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컨테이너선의 투입은 본격적인 물류망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의미를 가진다.
북극항로는 기후 변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뱃길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 북쪽을 지나 태평양으로 가는 북동항로와 북미 북쪽을 거쳐 태평양으로 가는 북서항로가 있다.
북동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운항 거리는 1만3천㎞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2만㎞)보다 약 35% 단축된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부산에 거점을 둔 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이 HMM으로부터 매입한 2천75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내빙 성능을 갖췄다.
부산에서 출항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9월 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9월 11일), 폴란드 그단스크(9월 15일)에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동항로를 통해 부산으로 돌아온다. 전체 운항 기간은 약 45일로, 10월 5일쯤 부산으로 귀환할 계획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30일쯤 북동항로에 진입해 다음 달 7일쯤 북극 해역을 통과하게 된다. 북극해 운항 거리는 약 6천400㎞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화물 737TEU와 빈 컨테이너를 포함해 모두 837TEU가 실린다.
당초 수요 조사에서 1천300TEU의 선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박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상치에 맞추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운항 기간 팬스타 아크로호와 24시간 상시 연락 체계를 가동한다.
승선원은 모두 20여명이다. 선장과 항해사는 극지 해역 운항을 위한 전문교육을 이수했고, 극지 운항 경력을 가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현직 항해사가 1등항해사로 선장을 보좌한다.
이 본부장은 “이번 시범 운항을 통해 향후 북동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며 “기존 항로와 비교한 운항 거리와 소요 기간, 연료 소모량, 운항 비용 등을 분석해 북동항로의 경제성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박이 북동항로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 측의 항로 안내 등을 받으며 발생할 수 있는 거래로 서방 진영의 대러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주요 관련국과 협의가 완료돼 리스크는 해소됐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이번 시범 운항에서 러시아의 ‘쇄빙선 에스코트’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운항 준비 기간 막판까지 해결되지 않아 불확실성을 드리웠던 선박 보험 문제도 마무리됐다.
정부는 북동항로뿐 아니라 북서항로 활성화도 추진한다.
북서항로는 한국과 북미 동부 해안을 최단 거리로 잇는 항로다. 이를 이용하면 울산에서 캐나다 퀘벡까지 운항 거리는 1만3천500㎞로,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7천500㎞(약 35%) 단축된다.
이 본부장은 “현재 해외 선사는 북서항로를 통해 펄프, 광물류 등을 수송한다”며 “북서항로가 활성화된다면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수송을 위한 대체 항로 확보와 함께 북미 국가와의 해상 물류 협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북서항로의 경우 얕은 수심 등으로 컨테이너선 운항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5일 북서항로 활성화를 위해 극지 운항 경험이 많은 네덜란드 해운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세 기관은 극지 항행 정보와 운항 경험을 공유하고, 북서항로로 운송할 수 있는 화물 수요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등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