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토지를 복원하는 데 하루 10억 달러(약 1조3천990억원)를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토지를 훼손하는 농업 보조금에 또 하루 20억 달러(약 2조7천980억원)를 씁니다.”
발레리 히키 세계은행그룹 환경부문 글로벌 총괄은 19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 중 ‘지속가능 금융 고위급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히키 총괄은 그러면서 “이제 각국 정부가 자연, 토지, 물 복원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돈을 ‘다르게’, ‘더 잘’ 쓰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금융·민간 부문 관계자 등이 참석해 금융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와 복원을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우일스투굴두르 알탄후야그 몽골 대통령실 실장, 나란트소그트 산자아 몽골은행 총재, 수비 사아리 룩셈부르크 지속가능금융 이니셔티브(LSFI) 부문장, 로저 쩡 EY 대만 기후변화·지속가능성 서비스 파트너 등이 자리했다.
히키 총괄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 쓰이는 농업 보조금 20억 달러 가운데 실제 농민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50센트도 되지 않고, 지출된 1달러당 경제 효과는 35센트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히키 총괄은 “이번 당사국총회 같은 자리에서 환경과 돈을 이야기할 때 공공재원이나 공적개발원조(ODA)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 금융·자본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와 물, 자연 부문에 각국의 국내 금융이 잘 투입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시장 실패’를 들었다.
자연 기반 사업의 투자 기회는 저평가되고 위험은 과대평가 되는 점, 물 같은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점 등이다.
특히 물에 대해선 전기와 마찬가지로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인프라인데도 제대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고, 가뭄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나서야 문제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 라인강 가뭄으로 바지선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비가 급증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히키 총괄은 또 ‘금융 조달이 가능한 사업'(bankable project)을 발굴·개발할 사업자나 기반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중견·대기업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가족 단위 사업체부터 성장시키고 기업가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몽골 목축민을 예로 들며 “이들도 금융에 접근하려면 신용 이력을 만들고 사업 실적을 기록·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제도적 역량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