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대 휴양지 제주도의 한 고위 관계자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자고 제안하면서, 10년 묵은 안전 논쟁이 되살아났다. 도 당국은 며칠 만에 이 발언을 거둬들여야 했다.
이 발상은 지난 7월 2일 위성곤 지사 취임(7월 1일)으로 새로 출범한 제주도정의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나왔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관광 소비를 어떻게 늘릴 수 있느냐는 물음에 박천수 행정부지사는 중국인 관광객을 도로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렌터카 규정을 지목했다.
코리아타임스가 인용한 발언에서 박 부지사는 “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이지만 현재 렌터카를 이용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이들이 운전할 수 있도록 단기간에 몇 시간의 운전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회의는 처음으로 생중계됐고, 발언은 몇 시간 만에 퍼졌다. 온라인에서 주민들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는지, 이미 교통량으로 부담이 큰 섬이 한국 도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운전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물었다.
제주의 렌터카 사고 비중은 한국 어느 지역보다 높다. 서울신문이 지난 5월 공개된 제주자치경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렌터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2천414건의 사고에 연루돼 26명이 숨지고 4천32명이 다쳤다.
전체 지역 사고의 11.4%에 해당하는 수치로, 제주는 렌터카 사고 비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전국 유일의 지방정부다. 코리아헤럴드에 따르면 지난해 렌터카 사고에서 20대 운전자가 2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젊은 운전자와 음주 운전자가 얽힌 전복·정면충돌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제주경찰은 5월과 6월을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렌터카 점검을 강화했다.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도 당국은 7월 4일 이 발상을 “검토되거나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도는 단기 방문객의 운전을 허용하려면 국제 협정과 국내법 개정,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해 제주가 독자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휴양 섬으로, 연간 약 1천3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화산 관광지다. 항공 데이터 업체 OAG에 따르면 제주와 서울을 잇는 항공 노선은 2025년 7개 항공사가 1천440만 석을 편성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여객 노선으로 꼽혔다.
중국인 여행객은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법이 이들을 운전석에서 배제하고 있다. 중국은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서명하지 않아, 중국 면허도 중국에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도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중국인 방문객은 차를 빌리려면 한국 면허를 따야 한다. 반면 한국인 관광객은 임시 허가를 받아 중국에서 운전할 수 있다. 규정 변경을 지지하는 이들은 제주가 이런 불균형을 더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주는 중국인 입국이 급증하던 2014년 처음으로 규정 완화를 시도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안된 이 예외 조항은 단기 체류 중국인이 신원 확인과 필기시험, 안전교육을 거쳐 90일짜리 현지 운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방안은 2014년 11월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부실한 보험 규정과 안전 우려를 이유로 2015년 4월 28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삭제됐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2019년 10월 상호 면허 인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 노력은 팬데믹 기간에 무산됐다.
2024년 5월 제주포럼에서는 당시 제주관광학회장이던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가 제주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5년 10월 경찰청은 국회에 중국 면허 소지자가 입국 시 이를 신고하고 임시 운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면허를 인정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관광정책 교수는 이 논의를 중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리아타임스에 “이제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며 “아무 준비 없이 곧바로 개방하는 것은 성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 개선, 현지 도로 여건에 대한 방문객 교육, 사회적 합의, 명확한 규정 마련에서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