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Hormuz Strait)을 통과하는 상선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가, 백악관 참모진의 강력한 반대와 걸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전방위적인 설득에 밀려 불과 24시간 만에 이를 전면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16일 미국 백악관 출입 기자단 및 중동 안보 정세 종합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제부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며 그 대가로 통과 선박 화물 가치의 20%를 수수료로 징수하겠다는 초강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돌발 선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독으로 방어하는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불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참모진은 통행료 부과가 국제 유가와 가솔린 가격을 폭등시켜 오는 11월 중간선거 정국에서 물가 문제로 고전 중인 공화당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과거 이란의 해협 통행료 징수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했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어, 오히려 이란 당국에 해협 통행료 징수의 명분을 쥐여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 직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다만 20%는 너무 과하니 우리는 더 공정하게 징수하겠다”고 꼬집으며 허점을 파고들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동맹국 정상들은 즉시 트럼프 대통령과 긴급 전화 통화를 갖고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14일, 걸프 동맹국들이 미국의 철회 요청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 내에 수조 달러 규모의 신규 자본 투자를 집행하기로 약속했다며 계획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아이디어가 아주 좋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아끼는 중동의 왕과 에미르(통치자)들이 다른 방식을 제안했고, 그들은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기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백악관 관계자 역시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 속에서 미국이 수년간 들인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이며, 최종적으로 걸프 동맹국들의 대미 투자 확대라는 더 유리한 대안을 도출해 낸 것이라고 엄호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중동 위기 정국에서 뚜렷한 전략적 로드맵 없이 즉흥적인 SNS 정치에 의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한 대외 외교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과의 휴전 협정을 파기한 이후 단기적인 폭격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왔으나, 현실은 이란의 상시적인 위협으로 인해 해협 통항 선박 수치가 급감하고 유가가 폭등하는 등 통제 불능의 교착 정국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미군의 해상 봉쇄 압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지표가 되기도 했으나, 이란이 미국의 군사 공격과 포위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버티고 있어 미국의 대이란 협상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등 압박을 받는 미국과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 중 어느 쪽이 먼저 한계 수치에 다다를지를 두고 양국의 벼랑 끝 대치 정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