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부의 대표적인 고산 휴양지 사파(Sa Pa)가 글로벌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 전, 1990년대 초반의 원시적이고 순수한 풍경을 기억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회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베트남 관광 업계와 현지 매체 종합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베트남 전역을 여행했던 독일인 한스 페터(Hans-Peter)는 사파가 국제 관광객에게 처음 문을 열었던 1992년당시의 옛 모습을 전했다. 그가 기억하는 사파는 인프라가 거의 전무했던 오지 마을로, 라이쩌우에서 사파까지 이어지는 200km 구간의 흙길을 이동하는 데만 무려 10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사파는 대규모 리조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일반적인 경로 외 지역을 방문하려면 하노이 당국이 발급한 특별 허가증이 필요했다. 한스 페터는 첫 방문 당시 허가증에 기재된 여권 번호에 오류가 있어 현지 경찰서에서 두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그가 묵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숙소는 옛 프랑스식 빌라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뿐이었는데, 밤마다 방안에 박쥐와 쥐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1992년의 주말 시장은 관광 상품이 아닌 온전한 현지 주민들의 문화 공간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흐몽족, 타이족, 자오족 등 소수민족 주민들이 원시 부족의 전통을 간직한 채 40km를 걸어 사파 중심가로 모여들었다. 시장에 나타난 백인은 한스 페터와 프랑스인 단 두 명뿐이어서 현지인들의 경계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특히 당시 소수민족 주민들은 카메라 렌즈를 극도로 꺼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도망치거나 숨기 바빴다고 그는 설명했다. 밤이 되면 주말 시장은 소수민족 남녀들이 노래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러브 마켓’으로 변모해 활기를 띠었다.
이듬해인 1993년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대상 특별 허가증 규정을 전격 폐지하면서 사파는 본격적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파에는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민박 시설들이 생겨났고, 소수민족들은 직접 만든 수공예 의류와 장신구를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초기의 황량했던 산골 마을 사파는 34년이 지난 현재 수백 개의 호텔과 독립형 리조트를 갖춘 국제적인 관광 도시로 성장했다. 30여 년간 사파를 다시 찾지 않았다는 한스 페터는 거대한 산맥에 둘러싸인 아늑한 산골 거리와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했던 소수민족 시장의 때 묻지 않은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