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 균열을 피하면서도 무리한 요구에는 주동적으로 선을 그어야 하는 유럽 정상들의 외교적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국제 외교가 및 프랑스 에비앙레뱅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동부의 휴양 도시 에비앙레뱅(Evian-les-Bains)에 전격 도착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대서양 연맹의 파국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야 하는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미국 측의 독단적 요구에 사법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 전 선구적 난제에 직면했다.
지난 1년간 유럽은 미국의 압박에 사실상 무조건적인 양보 가이드라인을 유지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퍼센트(%) 수준까지 대폭 인상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고,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에 대한 보복 대응도 극히 제한했다. 심지어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제 문제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공공연히 찬사 지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메커니즘에 수년간 대응해 온 유럽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단순한 굴복 대신 협력과 반발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맥스 버그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럽·러시아·아시아 수석국장은 “유럽은 더 이상 워싱턴의 모든 요구를 기계적으로 수용할 만한 정치적 여유 자산이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강제 통제하겠다고 위협하고 한때 미군 배치 전술까지 검토했던 사건은 유럽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미국이 방어망을 제공하는 핵심 아군이 아니라 오히려 나토 연맹 자체를 위협하는 군사적 리스크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무조건적인 달래기 외교 메커니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우선순위와 결별하더라도 자체적인 하이테크 방위 역량과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전면 대립을 피하기 위해 에펠탑 만찬, 혁명기념일 열람석 배치,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초청 등 화려한 외교적 영접 메커니즘을 병행하는 교차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다른 유럽 정상들의 처지는 더욱 복잡하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지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전술에 동조하지 않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겁쟁이’, ‘비협조적’이라는 공개 비난과 함께 영국 항공모함을 조롱당하는 굴욕을 겪으며 양국 관계가 바닥을 쳤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친미 성향의 지도자들 역시 그린란드 위기와 글로벌 경제 교란 속에서 트럼프와 밀착하는 행보에 대해 국내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안보를 독점적으로 책임질 수 없으므로 역량 있는 유럽 국가들이 방위 자산 부담을 더 많이 나눠 가져야 한다”며 G7 현장에서도 전방위적 압박 가이드라인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사무총장과의 사적인 찬사 메시지를 전격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던 만큼, 익명의 한 유럽 정상은 “트럼프가 우리의 사적 대화 기록을 공개한다면 본국의 유권자들이 격분할 것”이라며 사법적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G7 정상회의가 겉으로는 웃으며 대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날 선 공방이 오가는 외교적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대중 앞에서의 명분 사수와 밀실 회담에서의 실리적 양보 사이에서 유럽의 줄타기 외교 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자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