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을 맞아 무심코 행하는 잘못된 에어컨 사용 습관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전 및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지나치게 낮은 온도로 가동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방까지 냉방하는 행위, 그리고 가전 유지 관리를 소홀히 하는 행동 등이 전력 소비량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11일 글로벌 가전 업계 및 에너지 효율 연구 기관 등에 따르면 여름철 냉방비를 치솟게 만드는 가장 첫 번째 실수는 ‘설정 온도를 너무 낮게 잡는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실내를 빠르게 시원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에어컨 온도를 섭씨 17도나 18도까지 낮춘 뒤 방이 시원해지면 끄는 방식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국립과학산업연구구기구(CSIRO)의 에어컨 에너지 효율 테스트 전문가 마크 골즈워디(Mark Goldsworthy) 박사는 이처럼 가동과 중단을 간헐적으로 반복하며 극저온을 유도하는 방식은 에어컨 컴프레서에 과부하를 주어 오히려 전력 소모를 극대화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유틸리티 전문가들은 여름철 가장 경제적인 에어컨 설정 온도로 섭씨 24도에서 26도 사이를 제시하며, 이 범위를 벗어나 온도를 1도씩 낮출 때마다 전력 소비량이 약 10퍼센트씩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실수는 ‘빈 방까지 전부 냉방하는 행위’다. 가족들이 주로 상주하는 거실이나 안방 외에 비어 있는 서재나 옷방까지 문을 열어둔 채 집안 전체를 냉방하면 에어컨이 감당해야 할 공간이 넓어져 목표 온도 도달 시간이 길어지고 효율이 급감한다. 미국의 공인 냉동공조 교육기관 강사인 데렉 그라나도스(Dereck Granados)는 사용하지 않는 방의 방문만 제때 닫아두어도 비용 지출 없이 냉방 에너지 낭비를 즉각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당연히 에어컨 가동 중에는 외부와 연결된 창문과 현관문도 철저히 밀폐해야 한다.
세 번째로 ‘블라인드나 커튼을 열어두는 습관’ 역시 에어컨의 숨은 적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직사광선은 실내 온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려 에어컨 모터를 과도하게 회전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하루 중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암막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서 햇빛을 차단하거나, 창문에 열 차단 필름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실내 온도 상승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창가 주변에 조경수를 심어 자연 그늘을 형성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네 번째는 ‘기기 정비 및 필터 청소 소홀’이다. 에어컨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이 나거나, 냉방이 고르게 되지 않거나, 갑자기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온다면 이는 기기에 결함이 생겼다는 확실한 신호다. 공조 시스템 전문가들은 많은 가정에서 에어컨이 완전히 고장 나기 전까지는 이러한 초기 경고 신호를 무시하곤 하는데, 먼지가 쌓인 냉각 코일이나 부족한 냉매 등을 방치하면 기기 효율이 떨어져 전기요금이 폭등할 뿐 아니라 향후 엄청난 수리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여름과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연 2회 정기 점검을 받는 것이 경제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실수는 ‘에어컨 한 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실내에 에어컨을 켤 때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가동하면 실내 공기 순환이 빨라져 냉방 효율이 극대화된다. 글로벌 공조 제조업체 트레인(Trane)의 제품 매니저 마크 우드러프(Mark Woodruff)는 선풍기를 동시에 틀 경우 바람이 피부에 닿아 발생하는 대류 냉각 효과(Wind-chill effect) 덕분에 체감 온도가 최대 섭씨 4도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에어컨 설정 온도를 평소보다 약간 높게 유지하더라도 동일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이때 천장형 실랑팬을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여름철에는 날개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여 찬 공기를 아래로 강하게 밀어내도록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