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근간을 이루는 각국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세안 공동체의 단결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정당 간 공조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9일 베트남 외교부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하노이에서 개막한 ‘제3회 아세안 미래포럼(AFF)’의 일환으로 ‘아세안 공동체 구축을 위한 동남아시아 정당들의 역할’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최초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역내 각국 정당 대표와 학자, 전문가들이 참석해 격변하는 글로벌 안보·경제 환경 속에서 정당 간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레 호아이 쭝(Lê Hoài Trung) 베트남 외교부 장관은 개막 연설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운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쭝 장관은 “위기를 극복하고 아세안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나 의회 차원의 교류를 넘어 각국의 정치적 기반인 정당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정당 간 공조 강화는 단순한 친목 도모가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요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당은 인민과 가장 가까운 조직인 만큼 아세안의 정책을 민생에 반영하고 역으로 민의를 역내 정책에 반영하는 양방향 가교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디지털 경제 등 공동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응우옌 만 끄엉(Nguyễn Mạnh Cường) 외교부 차관 역시 정당 간 대화가 역내 정치적 신뢰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끄엉 차관은 “베트남 외교 정책에서 글로벌 및 동남아 정당들과의 협력은 최우선 순위”라며 아세안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당들이 국내외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 3개 세션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정당이 거버넌스 경험을 공유하고 역내 불안정성에 대응해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같은 날 외곽 행사로 열린 ‘아세안 시장 회의’에서는 도시 간 녹색 전환과 디지털 연결을 통한 상생 발전 방안이 다뤄졌다. 팜 가 툭(Phạm Gia Túc) 상임부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성장은 분리된 목표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호 보완적 기둥”이라며 아세안 도시들이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미래를 주도하는 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아세안 연결성 전략 계획 2026-2035’를 활용해 글로벌 파트너들로부터 선진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고 도시 간 혁신 네트워크를 형성하자고 촉구했다. 영상 메시지를 보낸 카오 김 호언(Kao Kim Hourn) 아세안 사무총장 역시 스마트 도시 개발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의 핵심 축이라며 기후 변화 대응력을 모든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콩강 유역의 발전 방향을 논의한 소원탁 회의에서는 메콩 서브리전(소구역)의 개념을 단순한 수혜 지역이 아닌 아세안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응우옌 만 동(Nguyễn Mạnh Đông) 외교아카데미 부원장은 메콩 협력을 아세안 공동체 발전의 필수 구성 요소로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황 티 하(Hoàng Thị Hà)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메콩 유역이 아세안 전체에 필수 식량과 농산물을 공급하는 ‘소프트 안보의 축’이라고 평가했으며, 라오스 농림환경부 고문인 아눌락 키티쿤(Anoulak Kittikhoun) 박사는 이곳을 혁신과 성장의 중심지로 전면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르네 데샹(Renee Deschamps) 주베트남 호주 부대사는 메콩-호주 파트너십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 4억 5천만 호주달러(AUD) 이상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확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