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정부가 기술 자립과 독자적인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단순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지원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데이터, 실험실, 기업,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5일 베트남 과학기술부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류 꽝 민 과학기술부 공학기술국 부국장은 최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베트남의 국가 전략 기술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민 부국장은 연구 인프라와 데이터, 실험실, 테스트 센터, 기술 표준, 전문 인력, 그리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초 체력이 갖춰져야만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생태계가 완벽히 구축되어야 베트남 기업들이 지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더욱 깊숙이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결정서 제21호(Decision 21)’에 담긴 전략 기술 및 제품 목록에 대해 민 부국장은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가와 경제가 직면한 내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서부터 기술 선정이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유행에 휩쓸려 투자가 방만하게 분산되거나 실질적인 제품 및 기술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핵심 우선순위 기술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및 맞춤형 칩,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자동화 및 로봇 공학, 디지털 트윈, 사이버 보안, 신에너지 및 신소재, 첨단 바이오메디컬, 항공우주, 철도 등이 대거 포함됐다. 민 부국장은 이 분야들이 새로운 국가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수입 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략 목록이 존재하더라도 구체적인 과제와 실행 주체, 예산, 그리고 명확한 산출물 평가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이 실제 기술력으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는 국가적 대형 과제를 발굴한 뒤 핵심 기술을 세분화하고, 이를 수행할 적합한 대학·연구소·기업을 선정해 최종 소비자와 시장까지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체인형(사슬형) 개발 모델’을 혁신 과제로 도입할 방침이다.
과학기술부는 새로운 접근법이 그동안 베트남 과학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어 온 과학 연구와 실물 경제 수요 간의 단절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면 베트남이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구축하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와 핵심 기술,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지식 기반 산업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