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실리콘밸리의 유망 로봇 스타트업이 자신의 임대 주택을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테스트 및 홍보 영상 촬영 기지로 무단 사용하고 수천 달러 상당의 기물을 파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일 미국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숀 도노반(Sean Donovan)은 가사 대행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더 봇 컴퍼니(The Bot Company)’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도노반은 소장에서 이 스타트업이 지난 4월 투숙 목적을 속이고 자신의 주택을 11일간 예약한 뒤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채 무단으로 상업적 로봇 프로토타입(시제품) 테스트와 홍보 콘텐츠 촬영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인원 30여 명이 집을 드나들었으며, 약 1만 2천383달러(한화 약 1천700만 원)에 달하는 가구 및 가전제품 파손 피해를 입혔다고 명시했다.
도노반은 숙소 쓰레기를 수거하러 갔다가 집 안으로 수많은 전선 더미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처음 의심을 품었다. 창문 너머로 한 직원이 노트북을 켜고 로봇으로 추정되는 물체 옆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이후 투숙객들이 체크아웃한 뒤 집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주방 찬장에 있던 접시와 유리잔들이 온 집안에 널려 있었고 식기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외관에는 심한 스크래치가 났으며 식기세척기 내부 선반은 완전히 휘어진 채 뽑혀 있었다. 나무 가구들은 긁히고 얼룩졌으며 욕실 타일은 깨져 있었고, 심지어 자물쇠로 잠가둔 마스터룸 옷장까지 강제로 개방되어 구두 주걱과 신발 여러 켤레가 사라진 상태였다.
호스트의 자체 수사 결과 이 투숙객들은 전원 더 봇 컴퍼니의 엔지니어 및 직원들로 확인됐다. 도노반은 “우리 숙소는 시간당 최대 300달러를 받는 상업적 촬영 및 비즈니스 용도로 공식 대여가 가능한 곳인데도 이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반 투숙인 것처럼 속였다”라며 “로봇 테스트를 하겠다고 솔직하게 제안했다면 조율을 거쳐 계약했을 텐데, 거짓말과 사기 행각으로 내 사유지를 침해했다는 사실에 극심한 모멸감을 느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피해 호스트는 다른 지역의 에어비앤비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이 스타트업에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피소된 ‘더 봇 컴퍼니’는 미국 테슬라(Tesla)와 자율주행 자동차 기업 크루즈(Cruise) 출신의 스타 기술진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가사 로봇 전문 기업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달러의 벤처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만 20억 달러(한화 약 2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설거지, 세탁물 정리 등 가정 내 허드렛일을 돕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현재 더 봇 컴퍼니 측은 현지 유력 언론들의 공식 해명 요청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 호스트는 “에어비앤비 숙소 청소와 객실 정비를 더 쉽고 빠르게 만들어 주겠다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기업이, 정작 뒤에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와 자산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