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또 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수교 50주년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전격 격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일 베트남 외교부와 마닐라 대통령궁(말라카냥)에 따르면 또 람 서기장 겸 주석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필리핀을 공식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1일 공식 환영식에 이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번영과 역내 평화·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참관했다. 이번 성명은 유엔 헌장과 아세안 헌장 및 국제법을 기반으로 다자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 양국은 최고위급 인사의 교류를 정례화하고 정당, 의회, 지방자치단체 간 상시 소통 창구를 개설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 외교장관이 공동 주재하는 ‘교역·사법 공조 공동위원회(JCBC)’와 양국 국방·치안 사정당국 간 정례 대화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양국 외교부는 이번 격상된 관계를 구체화할 실천 계획 수립에 즉시 착수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는 양국 간 교역 규모를 ‘상호 균형적 방식’으로 연간 100억 달러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 사이버 보안, 녹색 경제 등 미래 첨단 산업의 민관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특히 핵심 안보인 농업 및 식량 공급망 공조가 대폭 강화된다. 양국은 쌀, 수산물, 청정 해양 경제, 스마트 농업 및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을 확대한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속에서 식량 안보와 식품 가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공급망 인프라도 공동 구축한다. 또한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활동을 근절하기 위해 양국 해경 간 정보 공유와 단속 공조를 엄격히 시행하기로 했다. 지속 가능한 관광 거점 조성을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등 인적 교류 완화 지침도 하달됐다.
해양 안보 và 국방 분야는 이번 강화된 동반자 관계의 핵심 기둥이다. 양국은 해양대양문제 차관급 공동위원회와 국방 안보 대화를 정례화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및 위기 관리를 위한 해경 간 핫라인을 적극 가동하기로 했다. 방위 산업, 군사 의학, 군수 보급,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HADR), 대테러 작전 등 군사적 실무 공조도 전방위로 넓힌다.
온라인 금융 사기, 사이버 인신매매, 불법 이민, 도박 조직 등 국경을 넘나드는 첨단 신종 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공동 수사 가이드라인도 수립됐다. 양국은 한쪽의 영토가 상대국을 공격하거나 범죄의 배후 기지로 활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기로 합의하고 범죄인 인도 조약, 형사사법공조 조약 체결을 위한 실무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문화 부문에서는 2024~2029 문화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영화, 시각 예술 등 창의 산업 교류를 지원하고 교민과 이주 노동자의 권익을 국제법에 따라 보호할 방침이다.
국제 무대와 역내 안보 이슈,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과 단결을 강조했다. 필리핀이 의장국을 수임하는 오는 2026년 아세안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베트남이 적극 협력하기로 했으며, 하노이에서 열릴 ‘2026 아세안 미래 포럼’과 세부에서 채택될 ‘해양 협력 선언’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또한 오는 2027년 차차기 아세안 순회 의장국을 수임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및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라 무력 위협 없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 판결에 대한 양국의 지지 입장을 재천명했다. 또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 행동을 자제하고 2002년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을 완전하게 이행하며, 법적 구속력을 갖춘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조속히 타결하기 위해 아세안과 중국 간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정을 마친 또 람 서기장 겸 주석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필리핀 인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했으며,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 람 서기장의 베트남 방문 초청에 응해 상호 편한 시기에 베트남을 답방하기로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