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온열 질환과 뇌졸중, 정신 질환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최대 30% 급증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베트남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하노이 백마이(Bach Mai)병원 응급의학센터(A9)는 최근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웃돌자 온열 질환 관련 응급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응급실 관계자는 평소 하루 250~300명 수준이던 환자가 폭염이 지속된 최근 사흘간 매일 60~70명씩 추가로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점심시간 무렵에는 야외에서 작업하던 30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인한 탈수 및 횡문근융해증(근육 세포 괴사)으로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긴급 수혈 등 응급 처치를 받았으며, 폭염 속 야외 활동을 하던 40대 남성과 만성 지병을 앓던 고령층 환자들도 무더위로 인한 신체 쇠약 증세로 줄지어 입원했다.
폭염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마이병원 정신건강원은 전날 오전에만 6명의 급성 정신증 환자를 입원시켰다. 의료진은 극심한 고온 환경이 수면 장애를 유발하고 감정 조절 기능을 교란해 외래 진료를 통해 안정세를 유지하던 정신 질환자들의 증상을 재발시키거나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 의료 기관의 상황도 비슷해 푸토성 종합병원에서는 뙤약볕 아래 논밭에서 일하던 농민 2명이 열사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이송됐고, 탄화성 병원들에서도 고령층과 영유아를 중심으로 심혈관, 호흡기, 소화기 질환 및 익사 사고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남부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시 역시 가마솥더위로 인한 병상 과부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호찌민 인민자딘병원 신경과는 최근 뇌졸중(뇌경색 및 뇌출혈) 환자 발생 수치가 평소보다 10~12%가량 증가했다고 통계 데이터를 밝혔다. 실제로 59세 남성 응우옌 씨는 뙤약볕 아래 외출했다가 귀가한 직후 곧바로 찬물로 샤워를 한 뒤 이튿날 사지 마비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최종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어린이 환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호찌민 아동2병원 외래진료과에는 하루 평균 3천~4천 명의 영유아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이 중 5세 이하 아동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절반 이상이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로 분류됐다. 뒤를 이어 소화기 질환, 피부염, 감염병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소아과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경우 체온 조절 중추가 완벽히 발달하지 않은 데다 스스로 수분을 조달하는 능력이 떨어져 성인보다 기후 변화의 타격을 훨씬 빠르고 치명적으로 입는다고 경고했다.
전문의들은 인체가 37도 안팎의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고 혈관을 확장하지만, 고온 환경에서 과도한 노동을 지속하면 이 자가 조절 한계 수치를 넘어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온이 41도를 초과해 장시간 방치되면 뇌, 심장, 폐, 신장 등 핵심 장기가 손상돼 발작이나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폭염 자체가 직접 뇌졸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심한 탈수로 혈액이 농축되고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면 혈전(피떡) 형성이 촉진돼 뇌경색 리스크가 급증한다.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급격한 온도 차이 역시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요동치게 만드는 위험 요인이다. 아울러 고온다습한 날씨는 세균의 증식을 도와 식중독 발생을 유도한다.
보건 당국은 자외선 지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열기가 가장 심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조례 권고했다. 부득이하게 실외에서 일해야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자외선 차단 안경,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성인 기준 하루 2.5~3리터의 물을 주기적으로 음용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햇볕에 노출된 후에는 실내에서 10~15분간 휴식을 취하며 몸을 적응시킨 뒤 샤워를 하거나 에어컨을 가동해야 안전하다.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체내 세균과 독소 배출을 막는 지설제(설사약)를 임의로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환자 발생 시 응급조치를 위해 일반적인 ‘일사병(Say nang)’과 중증 ‘열사병(Soc nhiet)’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사병 상태의 환자는 대개 의식이 명확하고 땀을 많이 흘리지만, 열사병으로 진행되면 의식이 흐려지거나 혼미해지고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워지며 40도가 넘는 고열을 동반한다. 만약 주변에서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인해 실신, 구토, 경련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그늘진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찬물로 체온을 낮추는 동시에 지체 없이 115 응급 구조대에 신고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