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통제 지역 내 학생 기숙사 피격 사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을 동시 다발적으로 투하하는 역대급 규모의 복합 공습을 감행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 발사체까지 대거 동원되면서 현지 외교가와 인접국인 폴란드 영공에도 최고조의 비상경계령이 발령됐다.
26일 우크라이나 국방 당국과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4일 새벽 1시(현지시간)부터 아침 5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키이우 전역을 집중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는 이번 공습에 미사일 90발과 자살폭탄 드론 600기가 동원됐으며, 이는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단일 공습 중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공시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도시의 모든 행정 구역에서 민간 및 공공 인프라 파괴 지표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습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100명에 육박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이번 폭격으로 키이우 중심가의 역사적 자산과 외교 인프라도 직격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문화부에 따르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립미술관이 공습 충격파로 외벽과 창문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내부 소장품은 화를 면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청사 건물이 폭격을 당했는데,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무부 청사가 공습으로 물리적 타격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주우크라이나 알바니아 대사관저도 큰 피해를 입어 외교관들의 안녕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페리트 호자 알바니아 외교장관이 전했다. 대규모 공습 징후를 사전 포착한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은 공습 직전 자국 시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에 전략 자산인 오레쉬니크(Oreshnik), Iskander(이스칸데르), Kinzhal(킨잘), Zircon(지르콘) 미사일을 모두 동원해 우크라이나군 지휘소를 정밀 타격했다고 전격 확인했다. 이 중 오레쉬니크, 킨잘, 지르콘은 방공망 무력화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며 전술 탄도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를 포함해 4종 모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고고도 핵심 병기다. 신형 오레쉬니크 미사일은 지난 2024년 11월 드니프로 타격 때 처음 등장한 이후, 올해 1월 9일 서부 리비우 주 공습에 이어 이번 키이우 본원 타격에 다시 전면 가동됐다.
러시아가 이처럼 전면적인 핵 투하 가능 미사일 비를 쏟아부은 것은 지난 22일 러시아 통제 하에 있는 루한스크 지역의 한 학교 기숙사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21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친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부에 즉각적인 ‘보복 제안서’ 제출을 명령했으며, 피격된 기숙사 주변에는 어떠한 군사·안보 인프라도 없었다며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기숙사 타격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우리는 국제인도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주장은 전형적인 허위 정보”라고 맞섰다.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전선이 가동되자 국경을 맞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에도 비상이 걸렸다. 폴란드 공군 사령부는 영공 방어 매트릭스를 전격 가동해 자국 및 동맹국의 전투기 편대를 공중에 긴급 출격시켰다. 폴란드 군 당국은 이번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플로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지표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