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풍요를 극복한 유학’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해외 명문대 학위라는 타이틀 뒤에서 숨 막히는 정신적 공황 장애와 스트레스를 겪는 베트남인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시스템의 도움을 구하는 대신, 체면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하다가 정신적으로 완전히 고갈되는 선택을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6일 베트남 교육계와 호찌민시 재외동포지원센터 보도에 따르면, 센터 측은 최근 호찌민시 5군 조론(Cho Lon) 지역에서 청소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청소년기 싱가포르 공립대 유학’ 좌담회를 전격 개최하고 조기 유학생들이 겪는 매크로적 심리 리스크를 정밀 진단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싱가포르 한브릿지(Hanbridge) 학원 딘 호앙 하(Dinh Hoàng Ha) 국가 지사장은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유학 보내면서 정작 현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 지사장은 “싱가포르 유학을 보낼 때 최종 목적지를 무조건 대학 입학이나 현지 취업으로만 설정할 뿐, 그 과정에 도사린 치열한 학업 타임라인을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라며 “매년 임시방편식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는 주먹구구식 예산 수립은 유학 중단이라는 거대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부모와 일찍 떨어져 환경이 바뀐 청소년기 아이들의 안정적인 정서 안녕을 위해 자립심과 문화적 동화 능력을 사전에 길러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싱가포르 교포 기업인이자 웰니스브랜즈(WellnessBrands.asia)의 설립자인 대니 보(Danny Vo) 대표는 현대 유학생들의 압박감이 과거 세대의 ‘고난 극복’ 스토리에서 오늘날 부유한 환경을 이겨내야 하는 ‘풍요 극복(vượt sướng)’의 시험대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보 대표는 “오늘날 유학생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스마트 기기를 통한 정보 과부하와 가족들의 높은 기대치라는 무형의 압박에 시달리며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정신적 고비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외 유학생들이 직면하는 3대 정신적 장벽으로 ▲타지에서 겪는 가정이 직면한 변고에 대한 심리적 불안 ▲인공지능(AI)과 기술 혁신에 의해 대체될지 모른다는 미래 고용 불안 ▲비판적 사고의 부재와 자존감 저하를 꼽았다. 특히 베트남 학생들은 서구권 학생들과 달리 주변에 실패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특유의 체면 문화 때문에, 대학 내 심리상담 센터를 적극적으로 찾는 현지 학생들과 달리 모든 문제를 ‘안으로 안고 삭히는(ôm hết vào lòng)’ 위험한 주행 습관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보 대표는 과거 호주 유학 중 언제나 1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자해를 감행했던 한 베트남 유학생의 사례를 전하며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주입식 교육이 아이의 무의식을 지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유일한 방파제는 부모의 세밀한 관찰과 정기적인 소통, 그리고 정서적 유대감뿐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이 노동 강도와 학업 압박 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에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인적 자산 관리 차원에서 정신 건강을 교육 시스템과 기업 경영의 핵심 조례로 편입시키는 추세다. 현지 당국은 정신 안녕을 신체적 건강, 사회적 인간관계와 함께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3대 핵심 기둥으로 삼고 시스템적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유학의 성공 지표가 단순히 고가 자산의 학위를 취득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지에 정착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국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의 감정과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내면의 체력을 기르고, 자신의 베트남 문화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유학 성공의 표준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