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오신날 봉축 주간을 맞아 호찌민시 일대 주요 사찰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가운데, 청년 세대의 고독과 정신적 소진(번아웃)을 치유하기 위한 불교계 지도자의 혜안 넘치는 법문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불교계는 사찰을 찾는 목적이 개인의 안녕을 비는 맹목적 구복에 머물러선 안 되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는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25일 베트남 불교계와 교계 미디어에 따르면, 베트남 공식 불교 교단의 최고 의결기관인 베트남불교협회 호찌민시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자 호찌민 불교아카데미 부원장 겸 총무이사인 틱 꽝 타인(Thich Quang Thanh) 상좌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의 핵심 의식인 ‘관불(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의식)’의 영적 자산과 올바른 수행의 가치에 대해 설파했다. 타인 스님은 청년 세자가 SNS의 범람과 성공 강박 속에서 마음의 병을 앓고 사찰을 찾는 현상을 깊이 공감하며, 형식적인 종교 행위를 넘어선 ‘삶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타인 스님은 많은 불자가 정성을 다해 행하는 관불 의식의 뒤편에 숨겨진 3가지 작은 물바가지의 깊은 의미를 올바르게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불을 행할 때는 부처님을 향한 공경의 표시로 불상의 머리에 직접 물을 붓지 않고 몸 주변에 정중히 부어야 한다.
이때 첫 번째 물바가지는 ‘나 스스로 악행과 나쁜 마음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을 뜻한다. 두 번째 물바가지는 ‘일상 속에서 더욱 착하고 선량한 선업을 닦아나가겠다’는 약속이며, 마지막 세 번째 물바가지는 ‘주변의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살겠다’는 실천적 다짐이다. 스님은 “사찰에서 몇 바가지의 물을 부었느냐는 하등 중요하지 않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 의식을 마치고 일주문을 나선 이후, 내 삶이 실제로 어제보다 더 선해졌는가 하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스님은 주기적으로 사찰을 찾아 법당에서 절을 올리면서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소한 일에 쉽게 분노하고 거친 말로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형식주의적 신앙 태도를 날카롭게 경고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이란 남들보다 특별해지거나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매일매일 더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특히 현대 청년들이 디지털 소통 속에서 타인의 찬사나 비판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며 자신의 감정 주권을 타인에게 저당 잡힌 채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 내면의 평화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건전한 비판은 수용해 거울로 삼되, 악의적인 비난은 과감히 마음 밖으로 부어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실천적인 참된 수행의 출발지로 스님은 ‘가정’을 지목했다. 절에서 경전을 외우는 것보다 멀리 있는 부모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배우자와 자녀의 지친 감정을 보듬으며, 이웃과 다정하게 온정을 나누는 것이 불교의 핵심인 자비 정신을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하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호찌민시 내 주요 사찰에서 개최하는 1일 단기 템플스테이나 명상 강좌, 법문 프로그램에 2030 젊은 세대들이 대거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청년들이 ‘완벽한 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외모나 경제적 성공에 집착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다 보니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내면은 고독과 불안에 잠식된다는 것이다.
타인 스님은 “젊은이들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타인의 주목을 받길 원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머리는 희어지고 피부에는 주름이 지기 마련이며, 이는 자연의 엄혹한 법칙(무상)”이라며 “아무리 성공한 자산가라 할지라도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갇혀 있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외적인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을 대하는 부드러운 태도이며, 화려한 옷을 입고 가시 돋친 말을 뱉는 사람보다 비록 평범할지라도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배려해 주는 이가 진정으로 자타의 평화를 일구는 대자유인이라고 법문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