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이 연이어 항공편을 통폐합하거나 운항 일정을 전격 취소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국내 여행객들과 여행사들이 극심한 혼선과 피해를 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무더기 결항 사태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18일 베트남 관광업계 및 항공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행 항공편의 무더기 취소 및 감편 사태가 오는 6월까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여행객들은 출국 직전 일방적인 결항 통보를 받아 일정 전체가 꼬이는 피해를 보고 있으며, 대형 여행사들 역시 패키지 상품 운항이 중단돼 줄줄이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사천항공(Sichuan Airlines)은 오는 5~6월 성수기 기간 호찌민-청두 노선에서 총 12개 항공편을 전격 취소했으며, 준야오항공(Juneyao Air)도 6월 호찌민-상하이 노선에서 20개에 가까운 운항편을 감축했다. 팜 안 부(Phạm Anh Vũ) 비엣 여행사(Du Lịch Việt) 부총감독은 리장, 상하이, 청두 등 중국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항공 파트너사들이 운항 빈도를 최소 50% 이상 전격 감축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여행사에서만 4월 이후 10개 이상의 단체 관광객 팀이 출발일이나 목적지를 강제로 변경해야 했으며, 비행 일정이 너무 불안정한 리장과 장자제(장가계) 투어 상품은 아예 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하노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응우옌 옥 뚱(Nguyễn Ngọc Tùng) 단남 트래블(Danh Nam Travel) 대표는 장자제-봉황고성, 내몽골, 하이난 등 신규 노선이나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한 전세기(찰터) 관광 상품의 경우 결항률이 무려 90%에 육박한다고 토로했다. 황비엣 트래블(Hoàng Việt Travel) 역시 하노이-봉황고성 전세기 노선이 지난 4월 30일 운항을 끝으로 5~6월 일정이 전격 백지화되면서 수백 명의 예약 고객에게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나마 수요가 탄탄한 베이징, 상하이, 구寨구(구장구) 등 전통적인 필수 노선들만 겨정(겨우) 타격을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미노 결항’의 근본 원인으로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항공사들의 적자 폭 확대를 꼽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긴장 고조로 원유 가격이 치솟자, 항공사들은 탑승률이 떨어지는 비성수기나 비인기 시간대 승객을 다른 비행기로 강제 통합(밀어 넣기)하거나 아예 운항을 포기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 저가로 운영되던 전세기 상품의 경우, 항공 유류비 배증에 따른 손실을 지자체 지원금만으로 보전하기 어려워지자 전격 운항 중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 사정도 비슷하다. 중국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 데일리(Travel Daily)에 따르면 중국 대형 항공사들은 동남아시아와 일본행 국제 노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지난 3월 한 달간 중국-일본 노선의 50% 이상이 전격 취소됐다. 중국 국내선 역시 유류 할증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승객 이탈을 막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억제하면서 지난 4월 중순 기준 결항률이 15.1%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장거리 비행 대신 고속철도를 이용한 국내 여행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커지자 베트남 여행사들은 전격적인 생존 전략 수정에 나섰다. 황비엣 트래블은 항공편 변동성이 적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 위주로 예약을 변경하는 한편, 항공권 가격 인상의 영향이 없고 투어 비용 상승 폭이 미미한 ‘국경 통과 육로(도로) 중국 관광 상품’을 전격 확대하고 있다. 비엣 여행사 또한 항공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국내 육로 투어나 기차 여행 상품으로 고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시장 전체의 마비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응우옌 응웻 반 칸(Nguyễn Nguyệt Vân Khanh) 비아트래블(Vietravel) 마케팅 이사는 “현재의 결항 사태는 일부 항공사의 국지적인 조정일 뿐 시장 전체의 붕괴는 아니다”라며 “대형 여행사들은 항공편 취소에 대비해 동일 날짜의 대체편 확보, 경유지 변경, 호텔 및 차량 스케줄 재조정 등 실시간 비상 kịch bản(시나리오)을 가동하고 있어 여름 휴가 예약을 미룰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여름철 중국 자유여행을 계획 중인 개인 관광객들에게 항공권 구매 시 반드시 환불 및 변경 조건이 유연한(특약형) 티켓을 선택하고, 비행기 지연·결항 보상 특약이 포함된 여행자 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만약의 사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체 시스템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대형 lữ hành(여행사) 대리점을 통해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