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면서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이 해저케이블 보호와 ‘회색지대 전술’ 대응을 위해 대만과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주미 필리핀대사관의 펠리페 카리노 부대사는 지난 21일 워싱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세미나에서 양국이 바다에서 공동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카리노 부대사는 대륙 간 데이터 이동의 거의 전부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해저케이블의 보안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설들은 반드시 보호돼야 할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대만의 친구들과 더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가 “지식 공유·역량 강화 등을 포함해 협력을 위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협력이 우리 지역 내 ‘회색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전면전 수준까지 가지 않으면서 비군사적·준군사적 방식으로 도발, 상대를 압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양국 협력에 해상 공동 순찰이나 통신을 방해하는 선박에 대한 책임 추궁이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카리노 부대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 협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언급된 내용 중 일부는 실제로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나라 협력이 겨냥하는 상대로 중국을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주미 대만 경제문화대표부(TECRO)의 양이산(楊懿珊) 부대표도 같은 행사에서 자국이 해상 감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인시스템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부대표는 대만에서 해저케이블을 손상시킨 혐의로 중국인 선장이 수감된 사례를 언급하고 유엔 차원에서 해저케이블 사보타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작년 2월 대만 당국은 인근 해역에서 화물선을 갈지자로 운항시켜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중국인 선장 왕위량을 체포해 기소했으며, 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2019∼2023년 4년간 대만 주변 해역에서 36건의 해저케이블 파손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만과 외부를 잇는 해저케이블이 중국 선박들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나란히 중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필리핀과 대만은 최근 안보·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린자룽(林佳龍) 대만 외교부장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이어 남부 세부 지역에 필리핀 내 두 번째 준(準)외교대표기구 설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말 대만 해경의 퇴역 600톤(t)급 경비함 진먼함이 민간 단체를 거쳐 필리핀 해경으로 이전됐고, 필리핀 측은 이 배를 사랑가니함으로 개명해 운용하기 시작했다. 양국 간 방위 장비가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대만 해경은 최근 타이베이 주재 필리핀 대표부에 연락관을 배치해 양측 간 소통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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