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베트남·한국은 193개국 중 한 나라일 뿐” – 김정용 대표변호사

홍콩 45년 한인 변호사 김정용 Kim & Company 대표가 베트남 교민에게 전하는 국제거래·세무·자산승계 해법

호찌민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교민 사업가의 삶을 지도에 그려보면 선이 여러 나라로 뻗어 나간다. 공장은 베트남에, 가족은 서울에 있다. 번 돈은 한국 은행과 제3국 계좌에 나뉘어 있고, 거래처는 중국과 유럽, 미국에 흩어져 있다. 20년 가까이 베트남에 살았지만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한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30년을 넘기면서 이런 삶은 교민 사회의 흔한 풍경이 됐다. 1세대 사업가들은 은퇴와 자산 승계를 고민할 나이가 됐다. 삶은 이미 국경을 넘나드는데, 그에 맞는 법률·세무 설계를 해둔 사람은 많지 않다. 홍콩에서 45년을 살아온 김정용 Kim & Company, Solicitors 대표변호사가 짚는 것이 바로 이 빈틈이다. “베트남에 살고 있지만, 사업과 자산은 베트남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저희 전문 분야는 홍콩법, 홍콩 이민, 자산 운용, 거주자·비거주자 문제, 국제거래와 국제계약, 국제중재입니다”

베트남에는 이미 한국계 로펌과 회계법인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한국인이 홍콩 로펌을 찾아야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김 대표는 먼저 스스로 선을 그었다.
“저희는 베트남 관련 법령이나 기타 전문 분야에 자문을 제공할 지식도, 라이선스도, 경험도 없습니다.” 실제로 이 로펌의 광고에는 베트남법 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그는 역할 분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베트남 현지의 한국계 법률·회계법인은 베트남 또는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한다. Kim & Company는 홍콩법 전문가로서, 기업에는 베트남에서 접근하기 어렵거나 베트남보다 유리한 분야에서 홍콩을 활용하도록 돕고, 개인에게는 출구 계획을 함께 설계한다. 그가 꼽은 전문 분야는 홍콩법, 홍콩 이민, 자산 운용, 거주자·비거주자 문제, 국제거래와 국제계약, 국제중재다.
“나는 베트남에서 사업하는데 왜 홍콩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묻는 독자에게 김 대표가 먼저 꺼낸 사례는 중국이었다. “저희 고객사 중에는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홍콩에는 지사나 별도 법인을 세워 재무, 국제거래, 법률 문제를 분리해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세무적인 측면에서 수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은 현지에서, 돈과 계약의 관리는 홍콩에서 하는 구조다.
베트남 현지 전문가와 손잡는 것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물론입니다. 베트남에서 이미 교민과 기업을 돕고 있는 전문가분들이 홍콩법이나 한국 세제와 관련해 협업하실 수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분명 시너지가 날 것이고, 교민과 한국계 기업 관계자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적과 세금 내는 나라는 다르다”

베트남에 오래 살다 보면 생활과 자산이 여러 나라에 흩어진다. 김 대표는 여기서 생기는 문제의 핵심을 거주자 비거주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적이나 영주권 외에도, 우리는 거주자냐 비거주자냐에 따라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낼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국 국적자가 대치동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한다면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처럼, 국적과 납세 의무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국 국적자는 세계 어디에 어떤 자산이나 소득이 있든 본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김 대표는 “소득과 자산을 각자의 국적, 거주지 같은 요소와 함께 검토한 뒤 어디서 관리하고, 유지하고, 예치할지 최적의 지역을 고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 오래 살았다고 한국 비거주자로 인정받는 것 아니다”

베트남 장기 체류 교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가장 많이 오해하는 문제가 바로 한국의 거주자 판정이다. “베트남에서 10년 넘게 살았으니 당연히 한국 비거주자 아니냐”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이 믿음에 경고를 보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 문제는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아직도 쟁의가 많은 분야로써 과세당국과 이견이 있울때 종종 대법원까지 그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거주자로 인정받으려면 흔히 알려진 비거주자 요건을 잘 지키고, 거주자로 판명될수 있다고 이미 넓리 알려진 일반적인 규범들은 잘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한국 법원의 판례를 짚었다. 판례가 제시하는 핵심은 한국에서의 생활 방식과 연관성이 외국에서의 그것보다 월등히 크고 주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조언은 발상의 방향이 거꾸로다.
“홍콩이든 베트남이든 현지에서 이렇게 살고 있으니 한국 비거주자로 봐주겠지, 이렇게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거주자로 판명될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주권을 갖고 합법적으로 장기 체류하며 현지인과 다름없이 살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한국에서 국내 거주자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해외 장기 체류라는 이유만으로 비거주자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외환 규제 없는 홍콩, 합법 자금이라면 자유롭게”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이 홍콩 법인이나 홍콩 금융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의미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김 대표는 외환 관리 문제를 들었다.
“베트남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는 외화관리 규정이 있습니다. 소득에 대한 철저한 증빙 없이는 해외 반출이 매우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반면 홍콩에는 외화 관리에 관한 법령이 따로 없다. 그는 “합법적인 자금인 이상 외화를 자유롭게 반출·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도 장점이다. 홍콩은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공용어다. 모든 법령과 시행령이 두 언어로 공식 제공되고, 재판에서 어느 언어를 쓸지도 당사자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이 홍콩법을 준거법으로 삼는 계약을 맺게 되면, 저희뿐 아니라 많은 다국적 로펌을 통해 공정하고 명확한 분쟁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 쓸 때부터 회수 계획을 세워라”

해외 거래에는 대금 미수, 계약 불이행, 파트너와의 분쟁 같은 위험이 늘 따른다. 김 대표는 국제 분쟁이 국내와 가장 다른 점으로 “각기 다른 법령과 분쟁 해결 방법, 그리고 책임 소재”를 꼽았다. 그래서 준비는 계약서를 쓰는 순간 시작돼야 한다.
“판매자라면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회수할지 계약서 단계부터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한쪽에 유리한 법을 고집하기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중립지의 법을 준거법으로 삼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홍콩은 중국과 법령 상호인정 협의를 맺고 있어, 중국 업체와 거래할 때는 홍콩을 준거법과 관할 법원으로 정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했다.
홍콩법이 국제계약에서 널리 쓰이는 이유로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들었다. 세제가 간단해 앞으로 낼 세금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공용어라 모든 법령이 두 언어로 제공되며 재판 언어도 당사자가 고를 수 있다. 외화 관리 법령이 따로 없어 합법적인 자금이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소득 증빙 없이는 해외 송금이 까다로운 베트남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미 작성된 계약서라면 한쪽에 불리한 조항이나 숨은 독소조항을 찾아 사전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를 “문제가 생기기 전에 취할 수 있는,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분쟁이 터진 뒤라면 중재와 소송 중 하나를 고른다. 중재는 저렴하고 빠르며 비공개지만 단심으로 끝나 사건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그의 경험상 판결보다 과정 중 협상으로 예상보다 일찍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로펌은 십수 년간 한국의 국영 보험기관을 대리해 많은 사건에서 상당한 수출대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고 한다.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도 있다. 고객 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로 자금의 합법성이 확인되면, 일정 조건이 이행될 때 대금을 지급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신탁으로 개인 자산을 관리하면 분쟁이나 채권 추심, 이혼 상황에서도 자산을 합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률가와 세무 전문가가 한 팀인 이유도 물었다. 김 대표는 한국 세법의 복잡성을 들었다. “한국 세법은 예외가 많고, 국회를 거치지 않는 시행령에 따라 수시로 바뀝니다. 법전 하나로는 현재 적용되는 규정을 다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로펌에는 국세청에서 15년 넘게 조사관 등으로 일한 구성원과 십수 년간 대기업 세무를 대리해 온 회계사들이 함께 일한다.

“상속은 준비가 없다, 증여는 빠를수록 좋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가장 힘준 대목은 자산 승계였다. “상속은 준비가 없습니다. 사망은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요. 하지만 증여는 계획할 수 있고,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는 게 모두가 공감하는 불문율입니다.”
그가 홍콩을 주목하는 이유는 증여세가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국적의 고액자산가(HNWI)들이 홍콩을 자산 이전과 관리의 거점으로 삼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그 혜택을 누리려면 홍콩 거주자가 돼야 한다. 김 대표가 그 경로로 제시한 것이 홍콩 정부의 자본투자자 입경제도, New CIES다.
“기업의 이윤은 오너에게 돌아가고, 오너는 결국 그 자산을 후손에게 물려줍니다. 그 결과물의 50%를 증여세로 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로펌은 이 제도를 활용한 자산 이전과 증여 설계를 여러 의뢰인과 진행하고 있으며, Invest HK 및 홍콩총영사관과 공동으로 NEW CIES 투자이민에 대해서 일반인과 홍콩업계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한바 있다.
홍콩 역외보험도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소개했다. 홍콩의 대표 상품인 저축성 생명보험이 제시하는 예시에 따르면, 10만달러씩 5년간 총 50만달러를 납입하면 이 50만달러는 10년뒤 66만달러, 15년차에는 두배인 100만달러, 25년차에는 무려 4배인 200만달러 불어난다. 그는 복리 효과와 수익을 주주가 아닌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원칙을 그 근거로 들었다. 자세한 관련 정보 및 사례는 네이버 블로그 ‘hongkongnews’를 참조하면 된다.
수많은 유산 정리와 생전 자산 설계를 맡아온 그가 본 공통점은 하나였다. “모든 사례에 같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좀 더 빨리 준비했더라면 하는 것이죠.”

“상담 전에 그 사람의 자격부터 확인하라”

김 대표는 교민들이 꼭 전문가를 찾아야 할 순간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해외 기업과 거래하기 전, 그리고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할 가능성이 있을 때다. 증여 관련 단순 상담은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는 역설적이게도 전문가를 고를 때다. “상담하는 사람의 신분과 자격증, 소속 업체의 적법성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한국 고객만의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타국에서 곤경에 처하면 자국민의 도움이 더 미덥지 않겠습니까. 한국 고객이 특별하다기보다, 저희가 하나라도 더 세심하게 챙기려 노력해 왔습니다.”
“Kim & Company가 왜 베트남의 한국인에게 필요한가”를 한 문장으로 답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45년 홍콩살이의 무게가 담긴 답이 돌아왔다. “베트남이나 한국은 이 세상 193개국 중 한 나라일 뿐입니다. 국제무대와 시장에 진출하셨듯이, 더 많은 가능성과 그 안에서 필요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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