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을 ‘과학’으로 이해하려는 이들을 위한 책 5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인터넷 창을 열고 이렇게 검색해봤을 것이다. “강아지가 자꾸 짖어요.” “고양이가 나를 사랑하는 걸까.”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대개 실망스럽다. 근거 없는 블로그 글, 출처 불명의 훈육법, 서로 모순되는 조언들. 문제는 이 잘못된 정보가 사람보다 동물을 먼저 힘들게 만든다는 데 있다. 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벌을 주고, 고양이를 개처럼 대하다 관계가 어긋난다.
지난 20여 년 사이 개와 고양이를 다루는 학문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인지과학과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이 반려동물의 마음속으로 파고들면서, 오랫동안 상식으로 통하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뒤집혔다. 그 성과를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옮긴 책들이 국내에도 여럿 번역돼 나와 있다.
여기 소개하는 다섯 권은 그런 책들이다. 감동적인 반려동물 에세이나 눈물 나는 이별 이야기는 뺐다. 대신 개와 고양이가 실제로 세상을 어떻게 감각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 책만 골랐다. 반려동물을 감정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개는 인간과 전혀 다른 감각의 세계에 산다
개의 사생활 (Inside of a Dog)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21세기북스(2011)
개 과학 대중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첫 자리에 오르는 책이다.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에서 개 인지 연구소를 이끄는 인지과학자다. 그가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고 있는 개념이 하나 있다. 독일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이 제시한 ‘움벨트(Umwelt)’, 즉 각 동물이 자기만의 감각으로 구성하는 고유한 세계다.
핵심은 이렇다. 개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 살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인간이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면, 개는 코로 읽는다. 개에게 냄새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정보의 지도이며, 심지어 시간의 흐름이기도 하다. 옅어지는 냄새는 과거를, 짙어지는 냄새는 다가오는 무언가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를 두고 개가 ‘냄새로 시간을 본다’고 표현한다.
책은 이 관점 위에서 수많은 통념을 뒤집는다. 흔히 개의 소변을 ‘영역 표시’라고 단정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훨씬 복잡한 사회적 소통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개가 자기 방석을 두고 굳이 주인 침대로 올라오는 이유도 명쾌하다. 개에게 좋은 잠자리란 편안한 곳이 아니라 ‘주인 냄새가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를 방석에서 재우고 싶다면, 저자의 조언은 간단하다. 낡은 담요로 방석을 감싸 주인의 냄새를 입히라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개를 의인화하려는 인간의 습관을 부드럽게 거두어들인다는 데 있다. 개는 작은 인간도, 털 달린 아이도 아니다. 개는 개다. 저자는 그 당연한 사실을 과학으로 증명해 보이며, 역설적으로 독자가 자신의 개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든다.

개의 진짜 재능은 ‘사람을 읽는 능력’이다
개는 천재다 (The Genius of Dogs) –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디플롯(2022)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듀크대에 개 인지 센터를 세운 진화인류학자다. 하버드에서 침팬지 연구로 이름난 리처드 랭엄 밑에서 공부한 그는, 흥미롭게도 개 연구를 통해 인간 지능의 비밀에 접근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도발적이다. 개는 똑똑한가. 헤어의 답은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다르다’이다. 개는 미로를 푸는 능력이나 도구를 다루는 재주에서는 침팬지나 돌고래에 못 미친다. 그러나 단 하나, 인간의 마음을 읽는 능력에서는 어떤 동물도 따라오지 못한다.
대표적인 실험이 손가락 가리키기다. 사람이 먹이가 숨겨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개는 그 신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쪽으로 향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조차 이 단순한 신호를 잘 읽지 못한다. 생후 몇 주 된 강아지가 훈련 없이 해내는 일을, 영장류는 못 하는 것이다. 헤어는 이 능력이야말로 개가 늑대에서 갈라져 나와 인간의 곁을 차지하게 된 결정적 열쇠라고 본다.
책의 밑바탕에는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 가설이 깔려 있다. 인간이 늑대를 길들인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덜 공격적이고 더 친화적인 늑대들이 스스로 인간 곁에 남아 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다정함이 생존의 무기가 된 셈이다. 이 관점은 훗날 헤어가 인간 진화를 다룬 또 다른 화제작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로 이어진다. 책 곳곳에는 집에서 직접 해볼 수 있는 개 인지 테스트도 실려 있어, 독자가 자기 개의 ‘천재성’을 확인해보게 만든다.

개의 사랑은 특정한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다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Dog Is Love) – 클라이브 D. L. 윈, 현암사(2020)
앞의 두 책이 개의 ‘지능’을 다뤘다면, 이 책은 개의 ‘사랑’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저자 클라이브 윈은 미국 최초의 개 과학 연구소인 플로리다대 개 인지행동연구소 창립 멤버로, 개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원제 ‘Dog Is Love’는 그의 결론을 그대로 압축한다. 개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것. 윈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고 고백한다. 과학자로서 ‘사랑’이라는 감상적 단어를 동물 행동에 붙이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늑대와 여우를 상대로 한 실험, 니카라과 원주민의 사냥개 관찰, 유전학 연구를 두루 거치며 그는 결국 그 단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개의 사랑에 대한 냉정한 재정의다. 개는 분명 주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당신이 특별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라는 종 자체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유대를 형성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만약 그 개가 땅돼지나 얼룩말 손에 자랐다면 그들을 향해 똑같이 사랑을 쏟았을 것이다. 다소 서운하게 들릴 수 있는 이 결론은, 그러나 개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무겁게 만든다. 개는 이토록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인데, 인간은 그 사랑에 걸맞은 대접을 하고 있는가. 윈은 개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감상이 아니라 과학적 결론이라고 못 박는다.

고양이는 1만 년을 함께 살고도 길들여지 않았다
캣 센스 (Cat Sense) – 존 브래드쇼, 글항아리(2015)
개를 다룬 책이 이어졌으니, 이제 훨씬 까다로운 상대로 넘어갈 차례다. 저자 존 브래드쇼는 영국 브리스틀대에 인간동물관계학연구소를 세운 동물학자로, 30년 넘게 개와 고양이의 행동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캣 센스》의 출발점은 고양이가 개와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개는 무리를 이루는 늑대의 후손이라 사회적 위계와 협력에 능하다. 반면 고양이의 조상인 야생 고양이는 홀로 사냥하고 홀로 영역을 지키는 단독 생활자였다. 약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며 곡식 창고의 쥐를 노리고 인간 곁으로 다가온 뒤에도, 고양이의 이 본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브래드쇼가 강조하는 핵심이 여기 있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살도록 충분히 길들었지만, 고양이는 아직 ‘절반만’ 길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반려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양이가 애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다른 고양이와 잘 지내지 못하고, 사소한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구는 것은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다. 무리 생활에 맞춰 진화하지 않은 동물에게 인간이 자꾸 무리 생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브래드쇼는 오늘날 고양이가 야생동물의 위협으로 지목되고, 좁은 실내에서 여러 마리가 부대끼며 사는 등 유례없는 스트레스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동정이 아니라 이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고양이를 딱 한 권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한다.

왜 하필 ‘과학책’인가
다섯 권을 관통하는 태도가 하나 있다. 동물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는 인간의 상식이 아니라 그 동물의 감각과 진화의 역사 속에 있다는 것이다.
개가 침대로 올라오는 것도, 고양이가 낯선 손님 앞에서 숨어버리는 것도, 알고 보면 제멋대로인 행동이 아니다. 개에게는 냄새의 세계가, 고양이에게는 단독 생활자의 본성이 그 뒤에 있다. 이 이유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동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자는 자꾸 인간의 틀에 끼워 맞추려다 서로를 지치게 만든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그들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이 다섯 권은 그 앎으로 가는, 가장 믿을 만한 길잡이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