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e Out – QUÁN BỤI HERITAGE

3층 ‘기억의 건축’에 담은 15년 집밥의 역사

호찌민 도심의 점심시간, 뜨거운 밥그릇 옆에는 늘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화상 회의를 켜둔 채 밥을 급히 넘기고, 가족과 함께보다 혼자 먹는 일이 익숙해진 도시. 함께 둘러앉아 밥 먹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는 이곳에서, 15년째 ‘집밥’을 고집하는 식당이 있다. 베트남 외식 브랜드 콴부이(Quán Bụi)를 만든 단 짠(Danh Trần) 창업자다.
그가 15주년을 맞아 10번째 매장 ‘콴부이 헤리티지(Quán Bụi Heritage)’를 열었다. 규모를 키우는 대신, 2011년 첫 매장에서 붙잡았던 그 밥상으로 돌아갔다.
씬짜오베트남은 새로 문을 연 헤리티지를 직접 둘러본 뒤, 호찌민 한인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이 브랜드의 창업자를 만났다.

3층을 오르는 ‘기억의 건축’… 헤리티지를 걷다

호찌민 사이공 지역 쩐까오번(Trần Cao Vân) 16번지의 콴부이 헤리티지는, 단순한 신규 지점이 아니라 브랜드가 걸어온 15년을 건축과 미술로 풀어낸 ‘기억의 공간’에 가깝다.

콴부이 헤리티지 전체 모습

건물은 인도차이나풍 미감과 1990년대 옛 사이공의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3개 층과 루프탑, VIP룸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유산 탐험 동선’으로 설계됐다. 층마다 색채는 다르지만, 짙은 원목과 바닥의 꽃무늬 타일(gạch bông), 따스한 조명, 옛 건축을 환기하는 디테일이라는 공통의 재료로 묶인다.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창업자가 즐겨 말하는 ‘투박함의 미학’이 공간을 관통한다.
1층에서부터 베트남 문화는 일상적 사물 속에 스며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메콩 델타의 삶과 함께해온 사덱(Sa Đéc) 도자기 진열대, 닌투언 까나(Cà Ná) 해역의 원액 느억맘(생선액젓) 병들이 요리의 기본 재료로 놓여 있다. 그저 장식이 아니라, 옹기 하나에도 만들어진 고장의 이야기가 담긴 ‘삶의 단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1층 모습

2층 모습

가장 뭉클한 대목은 ’15년 기억의 벽(Bức tường Ký ức)’이다. 브랜드의 주요 순간과 인물, 이정표가 사진으로 엮여 한 권의 ‘이미지 회고록’을 이룬다. 식당이 매장 숫자가 아니라 그곳에서 이뤄진 수많은 식사로 기억된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우는 벽이다.
위층으로 오르면 이야기는 세 가지 미각으로 확장된다. 이곳에서만 맛보는 뚝배기밥(cơm niêu) 중심의 ‘껌니에우 콴부이’, 태국 동북부 이싼 지방의 맛을 옮겨온 ‘스티키타이(stiickyThai)’, 퇴근 후 젊은 손님들이 모이는 루프탑의 ‘냐우 부이(Nhậu Bụi)’가 각기 다른 결로 층을 채운다. 세 공간, 세 빛깔이지만 결국 하나의 밥상을 향한다.

루프탑 모습

메뉴 역시 삼남(三南)을 한 상에 담았다. 이곳 헤리티지에서만 내는 조개 넴(nem ngao)은 그물지방(mỡ chài)으로 조개의 은은한 단맛을 감싸 반호이(bánh hỏi)와 함께 낸다.
중부식 고등어 토마토조림(cá nục kho cà)은 뚝배기 바닥의 누룽지와 함께 먹으면, 왜 베트남어에 ‘밥이 술술 넘어간다(hao cơm)’는 표현이 있는지 절로 이해된다. 화려한 조리 기술 없이도, 생선조림과 뜨거운 밥 한 그릇만으로 충분히 마음을 붙드는 상차림이다.
그 3층짜리 ‘기억의 건축’을 지은 사람은, 정작 대단한 걸 꿈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페 한 곳 인수한 게 시작이었다”…
– 우연이 사랑이 되기까지

단 짠 대표의 외식업 여정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2009년 4월, 당시 유명 프랜차이즈였던 밥비 브루어스(Bobby Brewers)의 한 지점을 인수하며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다. 투자 겸 운영을 배워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처음엔 대단한 걸 꿈꾸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손님이 즐거우면 저도 덩달아 즐거웠죠. 제가 사랑하는 건 음식 장사가 아니라, 한 끼 식사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온기를 나누는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콴부이 그룹 단 짠 대표의 모습

당시 호찌민에는 서양식과 패스트푸드, 국제 체인이 넘쳐났다. 2008~2012년 패스트푸드 시장이 연평균 17.1%씩 성장하는 동안, 정작 다양한 메뉴를 갖춘 베트남 식당은 드물었다. “베트남 밥상은 음식만이 아니라 상을 차리고, 서로 반찬을 집어주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시간 그 자체입니다. 그걸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고향 떠난 이들이 익숙한 감각을 되찾는 곳을 만들고 싶었죠.” 2011년 9월, 떤딘(Tân Định)의 작은 골목에 콴부이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거창한 유산이 아니라, 어머니의 생선조림”

헤리티지의 철학은 ‘유산(遺産)’이라는 단어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유산은 거창하지 않다. “많은 분들이 유산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겐 어머니의 생선조림 레시피, 할머니의 새콤한 국 한 냄비,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던 기억일 뿐이죠. 평범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것들입니다.”

“음식은 언어다”…
– 베트남 밥상이 전하려는 한마디

그는 “베트남 사람은 냄새로, 맛으로, 한 끼 식사로 이야기를 건넨다”고 했다. 음식이 언어라면 가장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일까.
“아마도 ‘밥 먹어요(Mời ăn cơm)’일 겁니다. 호칭을 붙이면 더 정중해지죠. 짧지만 그 안에 많은 정(情)이 담겨 있습니다. 그저 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인사이고, 관심이고, 사람을 잇는 말이죠. 베트남 문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과 베트남 밥상, 무엇이 같고 다른가

“베트남과 한국은 생각보다 닮았습니다. 밥이 있고, 국이 있고, 나눠 먹는 반찬이 상 가운데 놓이죠. 차이는 맛과 간에 있습니다. 한식이 맵고 발효되고 진한 맛이라면, 베트남 밥상은 신맛·매운맛·짠맛·단맛의 균형과 향채(香菜)의 신선함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결국 가족이라는 가치예요. 두 문화 모두 밥상을 하루 끝에 다시 만나는 시간으로 여기니까요.”

“익숙한 음식일수록 어렵다”…
– 생선조림 한 접시에 수개월

콴부이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가는 길을 택했다. 가장 오래 시행착오를 겪은 음식으로 그는 생선조림(cá kho)을 꼽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알맞은 맛에 색도 곱고 생선이 마르지도 부서지지도 않게 하려면 수없이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느억맘 종류, 설탕 넣는 시점, 조리는 시간 같은 작은 차이가 맛을 완전히 바꿔놓죠. 익숙한 음식일수록 더 어렵습니다.”
“손님이 자리를 뜬 뒤에도 맛을 기억하는 음식이 잘된 음식”이라는 그는, 한국 손님이 즐겨 찾는 메뉴로 바인똠 떠이호(호수 새우전), 꾸온지엡 똠팃(새우고기 상추쌈), 넴·새우·구운고기 모둠, 반쎄오를 꼽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1순위는 다른 것이다. “고향 떠난 손님들에게는 까록(가물치) 새콤한 국이나 돼지고기조림처럼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먼저죠. ‘집에서 먹던 밥상이 생각난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쁩니다.”

“사이공 날씨 걱정 없이”…
– 회식·손님 접대엔 케이터링

호찌민 한국인들은 회사 회식, 가족 모임, 손님 접대로 콴부이를 자주 찾는다. “단체 손님을 위한 별실과 VIP룸, 정원 공간을 갖췄습니다. 200가지가 넘는 메뉴로 세트, 핑거푸드, 카나페는 물론 뷔페 세팅도 가능하죠. ‘원하는 곳으로 잔치를 배달한다’는 콘셉트로, 변덕스러운 사이공 날씨 걱정 없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여는 것도 방법입니다.”
베트남에서 한식이,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이 나란히 확산되는 흐름을 그는 반겼다. “아주 아름다운 교류입니다. 두 문화가 더 가까워지는 거죠.” 한국 진출 가능성에는 여지를 남겼다.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선은 베트남에서 잘하는 게 먼저입니다.”

콴부이 헤리티지 VIP룸 모습

8만 개가 문 닫은 시장에서 15년을 버틴 힘

베트남 외식 시장은 최근 2년간 8만여 개 점포가 문을 닫는 구조조정을 겪었다. 그 격랑 속 15년을 버틴 비결을 묻자 그는 특별할 게 없다고 답했다. “비법은 없습니다.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려 노력할 뿐이죠. 손님 말에 귀 기울이고, 품질을 지키고, 직원을 아끼는 것. 그리고 너무 짧은 유행을 좇지 않는 것.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방향만 맞다면요.”

헤리티지, 다시 ‘집밥’으로

15년 만에 첫 밥상으로 돌아온 이유를 물었다.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우리가 시작한 자리, 바로 집밥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헤리티지는 아무리 성장해도 그 핵심을 잊지 말자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에요.”
끝으로 그는 베트남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당부를 남겼다. “쌀국수와 반미만 드시지 말고, 베트남 집밥 한 상을 꼭 경험해보세요. 국 한 그릇, 생선 한 접시, 나물 하나를 친구들과 나누는 것. 그게 베트남 음식 문화를 가장 온전히 느끼는 방법입니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셔서도 콴부이에서 먹은 밥 한 상의 맛을 기억해주신다면, 저희에겐 더없는 행복일 겁니다.”

About chaovietnam

chaovietnam

Check Also

미각 더국밥

중요한 자리일수록, 공간이 말한다 호찌민에 산 지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연중 …

답글 남기기

Verified by MonsterInsights